뒷걸음치는 검찰 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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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6일 발표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내용은 한마디로 후퇴한 검찰 개혁을 보는 느낌이다. 검사들의 잇따른 게이트 관련 추문과 비리 연루, 편파 수사 의혹 등 악재가 계속되면서 검찰 신뢰회복을 위한 불가피한 대안이자 국민적 합의로 등장했던 것이 검찰 개혁을 위한 문책인사였다. 그 인사가 6개월 만에 아무런 설명 없이 슬그머니 제자리로 돌아갔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용호 게이트 부실 수사 문제로 문책됐던 검찰 간부들의 재중용이다. 이용호 게이트는 검찰의 몇 차례에 걸친 수사가 제대로 안돼 결국 특별검사까지 동원됐던 사건이다. 특검이 검찰에서 밝히지 못한 각종 권력형 비리는 물론이고 검찰 간부의 직·간접 연루 사실까지 밝혀내는 바람에 공개적으로 책임을 물었던 사안이었다. 이제 와서 아무 설명 없이 전원을 명예회복시키려면 뭔가 설명이 있어야 했다. 대국민 약속과 다름없던 문책인사가 몇달 만에 원위치된 이유나 명분이 의문이다. 인사권자에 따라 인사원칙이 바뀐다든지, 신상필벌(信賞必罰)이 지켜지지 않는 이런 식의 인사는 다수의 공감을 받기 힘들다. 이래서야 어찌 검찰의 개혁을 입에 올릴 수 있겠는가.

검찰에 요구되는 가장 절실한 덕목은 정치적 중립과 검찰권 독립이다. 검찰 인사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함은 물론이다. 이번 인사는 핵심 요직이 대부분 포함됐기 때문에 소규모 이동으로 김정길 법무부 장관 친정체제 구축을 위한 전면 인사와 다름없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법무부와 검찰의 행보는 더욱 주목 대상이다.

며칠 후로 예고된 후속 중간 간부 인사의 관심은 단연 병역비리 수사팀의 교체 여부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미 정반대의 입장에서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그럴수록 확고한 인사 원칙과 정도(正道)에 따르는 것이 시비를 없애는 방법이다. 어떤 경우라도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따라 검찰 인사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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