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 소금·죽염 다이옥신 파문… 불안한 소비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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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일부 구운 소금과 죽염에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다량 검출됐다는 식품당국의 발표 (본지 8월 9일자 27면)로 소비자들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가정주부인 박모(35)씨는 "구운 소금과 죽염치약을 버려야 할지, 계속 써도 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고 털어놓았다. 또 직장여성인 김모(44·서울 도봉구)씨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너무 섣불리 발표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이에 대해 식의약청 최원영 식품안전국장은 "구운 소금·죽염보다는 천일염·꽃소금 등을 사먹고, 되도록 소금 섭취량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 이번에 문제된 일부 구운 소금·죽염에 다이옥신이 어떻게 생긴 것일까. 식의약청은 소금을 굽는 과정에서 다이옥신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가열할 때 다이옥신 발생

경남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민병윤 교수는 "세계에서 소금을 구워먹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며 "종이에 소금을 묻혀 태우면 다이옥신이 5~6배 더 발생하는 것이 일본에서 확인됐다"고 말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체과학부 김명수 박사는 "다이옥신은 염소·탄소·열이 있으면 발생한다"며 "소금은 염소(소금은 나트륨과 염소의 화합물)가 충분하므로 탄소와 열이 추가되면 다이옥신은 생기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가열 온도. 식의약청의 실험에서 소금의 가열 온도가 3백도에 이르자 다이옥신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8백도 이상 가열했을 때는 다이옥신이 파괴돼 발생량이 크게 줄었다.

구운 소금의 가열온도는 대개 8백도보다 낮다. 그러나 죽염은 처음 여덟번은 8백도,마지막 아홉번째는 1천4백도로 굽는 것이 원칙이다. 이 점이 죽염생산업자들이 식의약청의 발표에 반발하는 이유다.

한국죽염공업협동조합 박준신 전무는 "두번 구운 죽염만 이번에 문제가 됐다"며 "아홉번 구운 죽염은 포항공대에 의뢰해 검사한 결과 다이옥신이 0.002pg(문제가 없는 극미량)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도매금으로 할인매장 등 시장에서 퇴출당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문제된 업체·제품 명단을 밝혀 억울하게 피해보는 업체가 없게 해줄 것을 식의약청에 공식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식의약청 이영 사무관은 "일부 업체에서 연료비를 줄이기 위해 또는 가열온도 관리 소홀로 8백도보다 낮은 온도로 소금을 구웠다면 다이옥신 발생 위험이 있다"고 되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파동을 계기로 현재 하루 15~20g인 소금섭취량을 세계보건기구(WHO)의 권장량(6g,1+1/4 찻숟가락)수준으로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8백도 이상 구우면 안전

전북대 환경공학과 김종국 교수는 "식품당국은 생산공정을 철저히 감시해야 하며,제조회사에 다이옥신 검사 자료를 요구해 소비자들의 불안을 씻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따라서 식품당국은 전체 죽염 등의 다이옥신 함량 검사를 서둘러 실시하고 잔류 허용기준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죽염 업체들도 외면당하지 않으려면 8백도 이상 가열했다는 공정검증 인증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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