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재개발 시장에도 투기바람이 불면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자격을 주는 재개발구역 내 낡은 주택·토지 등 지분 값이 치솟고 있다.
특히 아직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의 10평 이하 소규모 지분 값이 최고 평당 2천만원까지 호가해 거품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 구역에선 작전세력이 지분을 대량 매입한 뒤 재개발이 본격 추진될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려 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재개발 지분은 청약통장 없이 로열층을 배정받을 수 있지만 수익성을 검증해보지 않은 채 매입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면서 "실수요자는 추가부담금이 확정되는 관리처분이 끝난 뒤 매입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마포구 아현3동 아현 3구역은 아직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는데도 시공사 선정·조합원 총회를 거치면서 지분 값이 올들어 30~50% 올랐다.
도로변 대지(사유지 기준) 7평 짜리 연립주택은 1억2천만~1억4천만원(평당 1천7백만~2천만원), 10평짜리 나대지는 1억1천만~1억3천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이는 올해 분양 예정인 인근 공덕 3구역 지분 값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역시 구역지정이 되지 않은 성동구 옥수동 옥수 12구역의 경우 도로변 대지 10~12평은 평당 1천8백만~2천만원, 주거밀집지역도 평당 1천만~1천3백만원을 줘야 살 수 있다. 구역지정 신청을 앞두고 있는 옥수 13구역의 경우 10평 지분 값은 평당 8백만~1천만원, 금호 14구역도 같은 평 지분 시세가 평당 1천2백만~1천3백만원이지만 매물이 귀하다.
금호동 B부동산 박모(40) 사장은 "재개발추진위원회가 구성되거나 시공사만 선정돼도 재개발이 본격 추진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아 지분 값이 급등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지역 시세는 사업승인이 임박한 금호 11구역 10~12평 지분 값이 평당 1천5백만~2천만원에 형성돼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높다고 현지 부동산업소들은 전한다.
그러나 금호 11구역도 수익성을 분석한 결과 10평짜리 지분을 매입한 투자자가 25평형 아파트를 배정받을 경우 값이 향후 5년간 5천만원 이상 오르지 않으면 손해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참조>표>
용산구도 사정은 비슷해 재개발사업이 아직 걸음마 단계인 보광·동빙고·한남 1구역 지분 값은 일년 새 40~50% 이상 올라 10평짜리는 1억2천만~1억5천만에 이른다. 신화부동산 이재영 실장은 "금호·옥수·한남동 재개발구역은 한강조망권 지역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값이 너무 올랐다"며 "서울시가 내년에 재개발 기본계획을 다시 수립할 경우 일부지역 재개발사업은 무산되거나 연기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