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시장에도 투기 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서울지역 재개발 시장에도 투기바람이 불면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자격을 주는 재개발구역 내 낡은 주택·토지 등 지분 값이 치솟고 있다.

특히 아직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의 10평 이하 소규모 지분 값이 최고 평당 2천만원까지 호가해 거품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 구역에선 작전세력이 지분을 대량 매입한 뒤 재개발이 본격 추진될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려 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재개발 지분은 청약통장 없이 로열층을 배정받을 수 있지만 수익성을 검증해보지 않은 채 매입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면서 "실수요자는 추가부담금이 확정되는 관리처분이 끝난 뒤 매입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마포구 아현3동 아현 3구역은 아직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는데도 시공사 선정·조합원 총회를 거치면서 지분 값이 올들어 30~50% 올랐다.

도로변 대지(사유지 기준) 7평 짜리 연립주택은 1억2천만~1억4천만원(평당 1천7백만~2천만원), 10평짜리 나대지는 1억1천만~1억3천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이는 올해 분양 예정인 인근 공덕 3구역 지분 값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역시 구역지정이 되지 않은 성동구 옥수동 옥수 12구역의 경우 도로변 대지 10~12평은 평당 1천8백만~2천만원, 주거밀집지역도 평당 1천만~1천3백만원을 줘야 살 수 있다. 구역지정 신청을 앞두고 있는 옥수 13구역의 경우 10평 지분 값은 평당 8백만~1천만원, 금호 14구역도 같은 평 지분 시세가 평당 1천2백만~1천3백만원이지만 매물이 귀하다.

금호동 B부동산 박모(40) 사장은 "재개발추진위원회가 구성되거나 시공사만 선정돼도 재개발이 본격 추진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아 지분 값이 급등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지역 시세는 사업승인이 임박한 금호 11구역 10~12평 지분 값이 평당 1천5백만~2천만원에 형성돼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높다고 현지 부동산업소들은 전한다.

그러나 금호 11구역도 수익성을 분석한 결과 10평짜리 지분을 매입한 투자자가 25평형 아파트를 배정받을 경우 값이 향후 5년간 5천만원 이상 오르지 않으면 손해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참조>

용산구도 사정은 비슷해 재개발사업이 아직 걸음마 단계인 보광·동빙고·한남 1구역 지분 값은 일년 새 40~50% 이상 올라 10평짜리는 1억2천만~1억5천만에 이른다. 신화부동산 이재영 실장은 "금호·옥수·한남동 재개발구역은 한강조망권 지역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값이 너무 올랐다"며 "서울시가 내년에 재개발 기본계획을 다시 수립할 경우 일부지역 재개발사업은 무산되거나 연기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