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부]鄭風 : 각당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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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풍(鄭風)을 보는 각당의 시각은 다양하다. 민주당은 신당과 정풍의 접목을 시도 중이다. 한나라당은 내심 긴장하는 모습이다. 자민련은 답답한 현실의 돌파구로 정풍을 주목하고 있다.

◇한나라당=외견상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다. 양자 대결에서 이회창 후보가 정몽준 의원에게 뒤지는 여론조사에도 조급한 기색이 없다. 지난 봄 노풍 때와는 다르다.

김문수 기획위원장은 "정풍에는 콘텐츠(내용)가 없다. 국민의 반(反)재벌 정서를 감안하면 노무현 후보보다 어려운 상대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鄭의원이 단 한번도 본격적 검증을 받은 일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검증이 시작되면 지지도는 급락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물밑에선 鄭의원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鄭의원이 신당 후보가 됐을 때와 독자 출마했을 때로 나눠 전망하고 있으며, 일단 3파전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당내 선거실무 그룹에선 鄭의원에 대한 각종 신상 정보수집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한나라당은 현대그룹의 움직임도 주시하고 있으며, 다른 대기업군의 반응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당내에선 鄭의원이 주가를 올릴 9월 남북 친선축구 경기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주당=각 정파가 나름대로의 이유로 鄭의원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노무현 후보는 한 인터뷰에서 "부자도 개혁적일 수 있다는 鄭의원의 말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후보의 이같은 호의는 이한동 전 총리에 대한 시큰둥한 반응과는 다르다. 당초 후보 측에선 鄭의원을 영입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긴다는, 희망 섞인 아이디어가 흘러다녔다.

후보의 핵심 측근인 이강래 의원이 鄭의원을 따로 만나 의중을 탐색한 적도 있다. 그러나 요즘은 鄭의원이 오면 일전을 각오하는 분위기다. 다만 두 사람이 겨뤄 승자가 대통령 후보, 패자가 책임총리를 맡는 러닝메이트 방안은 여전히 거론되고 있다.

신당파 가운데 김원길 창당추진위원장은 경선 흥행을 위해 鄭의원을 영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鄭의원이 신당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지지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노(反)그룹도 후보의 대안으로서 鄭의원을 주목한다. 동교동계 구파 일부, 충청권 송석찬 의원 등이 주축이다. 鄭의원은 최근 수감 중인 권노갑 전 고문을 면회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의원들이 그의 본선 경쟁력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수도권 의원은 "검증이 시작되면 정풍은 한달도 못간다"고 평가절하했다.

◇자민련=김종필(JP)총재가 鄭의원을 지원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JP의 한 측근은 "신당의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나고 鄭의원에 대한 정치적 검증이 상당히 진행된 10월 이후가 되겠지만…"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JP와 鄭의원은 지난 봄 한·일 의원축구연맹 행사관계 등으로 몇차례 만나면서 상당한 신뢰관계를 쌓았다고 한다.

자민련의 다른 관계자는 "JP는 지금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항복할 것인가, 반(反)이회창 세력의 선봉에 설 것인지의 기로에 놓여 있다"면서 JP가 鄭의원에게 기우는 배경을 설명했다.

전영기·강민석·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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