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 아파트시장 '침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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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울 강남권 아파트시장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9일 강남권 아파트를 대상으로 자금출처 조사를 포함한 고강도 투기억제책을 내놓으면서 거래가 실종됐다. 한달 새 호가가 최고 1억원 이상 급등한 중층(10~15층) 재건축대상 아파트값은 내림세로 돌아섰거나 하락할 조짐이다.

<관계기사 34, 35면>

최근 아파트 값이 많이 오른 강남구 대치·역삼·개포·도곡동 일대의 경우 지난 주말 정부의 투기억제책 발표 이후 거래가 완전히 끊겼다. 매도·매수자들은 양도세와 자금출처 조사 등 때문에 거래시기를 미루고 있다. 일부 실수요자들은 "시장동향을 좀더 지켜보자"며 매수를 보류하는 모습이다.

특히 단기 투기자 중개업무를 했던 일부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이번 주 정부합동단속반이 닥칠 것이란 소문이 나돌자 아예 문을 닫고 '잠수'에 들어갔다. 역삼동 부동산119 양욱 사장은 "매수자에 대해서도 자금출처 조사를 하면 시장은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재건축이 쉽지 않은 중층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등세가 꺾일 것 같다"고 말했다. 개포동 한 부동산업자도 "이번 주 중순부터 매도 호가가 5백만~1천만원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재건축 시공사 선정의 재료가 사라진 데다 정부의 집중 투기단속설이 나돌면서 내림세로 반전됐다. 이 아파트 31평형은 지난달 20일 시공사 선정 직전 만해도 최고 4억9천5백만원까지 거래됐으나 현재 4억7천만~4억8천만원으로 1천5백만~2천5백만원 떨어졌다.

34평형도 지난달 말보다 1천만~2천만원 정도 내려앉은 5억7천만~5억8천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대치동 C부동산 관계자는 "집주인들과 실제 협상할 경우 5백만~1천만원 더 깎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거품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가락동, 서초구 잠원·반포동 일대의 경우 매수자가 사라지자 일부 집주인은 5백만원 정도 값을 내릴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고 현지 부동산 업소들은 전했다.

가락동 대성공인 남효승 사장은 "지난 1·2차 세무조사 때처럼 아파트값이 조정을 받을 것"이라며 "매수자들에게 좀 기다리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서울 아파트값이 정부의 단속으로 주춤한 사이 시중 부동자금이 수도권 분양시장이나 토지로 이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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