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3세부터 공중도덕 교육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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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버릇없는 아이들이 많다. 거리·식당·차 안이나 경기장·극장 등에서 마구 떠들고 떼를 쓰는 행위는 언제 어디서나 목격되는 장면이다.

6일 오전 서울 지하철 1호선 안. 엄마와 함께 탄 다섯살쯤 된 아이가 응원용 플라스틱 막대 두 개를 딱딱 부딪치며 소리를 질러대더니 급기야 통로를 오가며 승객들을 마구 때린다. 소란은 5분여나 계속됐고, 참다 못한 70대 노인이 "아이를 조용히 시켜라"고 호통친다.

아이들의 무례는 국내에만 그치지 않는다. 서울대 손봉호(孫鳳鎬·사회교육과)교수는 "유럽에서는 한국 아이들이 기물을 부수거나 여기저기 낙서하고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웃돈을 준다고 해도 쫓겨나는 한인 교회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 선진국은 어떤가. 한국에 파견근무 중인 프랑스인 미셸 프티(32·여·회사원)는 "프랑스에선 지하철이나 백화점 같은 데서 아이가 소란을 피우면 먼저 주의를 주고 그래도 듣지 않으면 즉석에서 뺨을 때리기도 한다"고 밝혔다.

23년째 서울에 살고 있는 제프리 존스(48) 주한 미 상공회의소 회장은 "한국 부모들은 자녀를 왕자나 공주처럼 떠받들고 지나치게 관대하다"면서 "미국은 아이가 걸어다닐 나이만 되면 회초리를 들면서 엄격하게 예절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일본의 어린이도 '남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면서 자란다. 무례한 행동에는 서너살된 어린 아이라도 매를 맞는다. 지난해 한국에 온 요시다 겐이치(35·吉田健一) 지지(時事)통신 기자는 "한국 어머니들은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아이를 그대로 두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에선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아동교육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부모들의 그릇된 '기(氣) 살리기'와 보상 심리가 버릇없는 아이를 만든다고 지적한다. 덕성여대 양옥승(玉承·유아교육과)교수는 "베이비 붐 세대인 30대 부모들은 유형무형의 치열한 경쟁을 거쳐 온 탓에 자녀에게 '지면 안된다'는 식으로 가르친다"고 진단했다.

또 상대적으로 열악했던 자신의 과거에 대한 보상으로 '무조건 잘 해주기'에 빠져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절제와 예절교육을 등한시한다는 것이다.

어린아이에 대한 예절교육은 남을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갈 사회인으로 키우는 기초이자 바탕이다. 특히 인성이 형성되는 시기인 세 살부터는 에티켓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 노경선(景宣)부장은 "생후 12~36개월에 뇌에 각인된 기억은 평생 강하게 남고, 이 때 형성된 인성이 인생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한다. 조기 에티켓 교육을 하자. 예절에 무지한 부모들은 재교육하자. 유치원을 예절 사관학교로 만들자.

전진배·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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