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혁'도쿄 결전' 이세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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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공격'의 유창혁(36)9단과 '강펀치'의 이세돌(19)3단이 3일 바다 건너 도쿄(東京)에서 후지쓰배 우승컵을 놓고 단판승부를 펼친다. 준결승전에서 유?단은 일본의 본인방 왕밍완(王銘琬)9단을 꺾었고 이3단은 다름아닌 이창호9단을 격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이들 두 사람은 주요 대회의 길목에서 네번 격돌해 2대2의 팽팽한 전적을 보여주고 있다. 과연 이번 도쿄대첩의 승자는 누구일까? 이 대회에서 한국바둑은 세계대회 17연속 우승을 확정짓는다.

'표'에서 보듯 두 기사의 첫번째 큰 승부는 2000년 12월 배달왕전 결승전이었다. 이 대회에서 이3단은 막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이때 강렬한 인상을 남겨 그해 MVP(최우수기사)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기성전 도전자결정전이 두어졌는데 이 대결에선 유9단이 2대0으로 완승했다.

2001년엔 별다른 만남이 없었다. 한번 크게 비약했던 이세돌이 이창호9단에게 쓰라린 역전패를 당하면서 잠시 슬럼프를 보였기 때문이다.

2002년 1월 LG배 준결승전에서 두 기사는 다시 만났고 결과는 유창혁9단의 승리(유9단은 결승에서 조훈현9단마저 꺾고 우승한다). 그러나 몇달 후인 6월 KTF배 프로기전 결승에선 이세돌이 유창혁을 2대1로 누르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일진일퇴의 연속이었다. 상대 전적에서는 유9단이 12승9패로 앞서고 있다. 하지만 2000년 이후엔 이세돌이 오히려 9승7패로 리드하고 있다. 초창기에 5연패를 당했지만 그 이후는 밀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승상금 2천만엔(약 2억원)의 후지쓰배는 유일하게 결승전을 단판승부로 치른다. 그래서 전략의 가치도 더욱 높아진다.유9단은 강한 수읽기를 기반으로 하는 공격형이다. 공격이 주무기지만 풍기는 이미지는 매우 유연하다. 이3단은 근본적으로는 실리를 선취한 뒤 타개에 나서는 수비형이지만 수읽기의 각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전투적이다. 가끔은 유?단처럼 일직선으로 대마를 잡으러 간다.

강펀치의 소유자들이 벌이는 단판승부는 과연 어떤 스토리를 보일까? 상승장군 이세돌3단과 중후함을 더해가고 있는 유창혁?단의 일전을 세계 바둑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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