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 CEO ⑦] 최고 유기농 포도원 꿈 일구는 이강훈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강훈 군

“한국 최고의 저농약ㆍ유기농 포도 농장으로 키워보겠습니다.”

경부고속도로 안성 인터체인지를 빠져 나와 안성시 방면으로 40여분간 달려 서운면에 들어서면 윤이포도원에 다다른다.이 포도원에서 만난 이강훈(23)군의 새해 포부는 당차다.

그는 2001년 안성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재수를 결심했지만 아버지 이동식(53)씨의 설득으로 3년제 전문대학인 한국농업전문학교에 입학했다.전문 농사꾼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차남인 그가 평소 농사에 관심이 많았던 데다 큰 형이 농사와 관계없는 대학으로 진학했기 때문이다. 아버지 이씨가 포도 농장을 시작한지는 15년이 됐다.

“당시 학업 성적이 괜찮아 재수를 하면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갈 수 있었을 겁니다.하지만 포도 농사에 관심이 많았고 배움의 길은 여러 가지 있다고 생각해 입학했습니다. ”

그는 농업전문학교 졸업 후 배움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안성 소재 한경대학교 원예학과에 편입해 새해 초 졸업한다.

재배 면적 5400평인 이 포도원의 올해 매출은 1억원 정도다.이중 각종 경비 2500만원을 제외하고 7500만원이 순수입으로 남았다.재배 포도는 거봉 50%,마스카트 30%,청포도가 20%를 차지하고 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저와 부모님 단 세 사람이 일합니다.여름 한철에는 새벽부터 밤 늦게 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지요.”

이 정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것은 100% 직판 덕분이다. 저농약 재배를 고집하면서 고객들에게 입 소문이 났다.포도가 출하되는 7월 중순부터는 농원 입구 판매대가 부산해진다.전체 매출중 단골 손님이 70%를 차지할 정도다.직거래를 한다고 해서 가격이 싼 것은 아니다.오히려 일반 시장가격 보다 비싼 한 박스(4㎏)에 2만원이나 한다.그래도 맛이 좋은데다 품질을 믿을 수 있어 손님이 줄을 잇는다.

“소위 도매 시장에 내다 팔면 매출이 절반 정도로 뚝 떨어질 겁니다.저농약 재배도 할 필요가 없게 되지요.소비자와 직거래를 하기 때문에 적정 단가를 받을 수 있고 그래서 저농약 재배도 가능합니다.”

포도를 출하하는 7월부터 10월까지는 일손이 달린다.포도를 따랴,손님을 맞으랴 정신이 없다.이 때는 부근 교회 자원봉사자들이 도와 준다.

“일손이 달릴 때면 부근 교회의 자원봉사자들이 도와 주시죠.또 신도들이 서울 교회와 직판을 연결해 주기도 합니다.교회를 매개체로 도시 소비자와 농촌이 만나는 셈이죠.”

당일 딴 포도가 남았을 경우 모두 포도 쥬스로 만든다.쥬스 매출은 10% 언저리다.지난해부터는 농업학교에서 배운 포도주도 시작했다.설탕만 첨가한 포도주는 새콤달콤한 맛이 좋아 물량이 달릴 정도다.보통 병당 1만∼1만5000원을 받는다.아직까지는 매출의 5% 미만이지만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포도 농사는 비가 오고 난 뒤 따라 오는 곰팡이와 병이 가장 어렵다.

이 때문에 윤이포도원에선 전부 비닐 시설을 했다.아직까지 시설투자비가 모자라 절반 정도는 완전 비닐하우스가 아닌 상층부만 비닐로 덮었다.

“일반 노지에서 재배하는 포도 농원의 경우 출하를 앞두고도 비가 오면 병을 막기 위해 농약을 치기 일쑤죠.알이 맺힌 후 농약을 치지 않으려면 잔 손이 많이 갑니다.저농약 재배를 위해선 비닐하우스 시설이 절대 필요합니다.”

그는 수년내 순수입 1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새로 심은 포도 나무에서 포도 출하가 늘어나는 데다 직거래도 더 확산할 전망에 따른 것이다.

“앞으로 농촌이 살려면 도회지 사람들과 직거래를 통해 유기농이나 저농약 재배를 해주고 제값을 받아야 합니다.하지만 관련 정부 기관에선 관심이 없는 듯 합니다.오히려 시민단체나 종교 단체에서 나서 농촌 살리기에 열심입니다.” 이제 경력 4년째인 이군의 농사에 대한 한 수 훈수다.

안성〓김태진 기자 tj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