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한국천하에 도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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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25일 시작되는 제7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우승상금 2억원)통합예선전에 외국기사들이 대거 참가신청을 했다. 일본 72명, 중국 35명, 대만 14명 등 한국기사들과 함께 본선진출을 다툴 외국기사들은 지난해의 두배인 1백21명에 달한다.

이들이 항공료와 숙식비 등 경비일체를 스스로 부담하면서도 예선전 참가를 결심한 것은 한국바둑을 배우고 한국바둑과 겨뤄보겠다는 일념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선에 참가하는 한국기사들은 1백73명. 한국이 수적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과 일본이 정예기사들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삼성화재배 통합예선은 '한국'과 '비 한국'의 전면전이나 다름없다. 본선에 직행하는 정상급 기사들을 제외한 나머지 기사들의 실력을 가늠해보는 대결장이 된 셈이다.

특히 72명이나 참가한 일본의 변화가 주목된다. 극심한 침체를 보여온 일본바둑은 최근 만화 '고스트 바둑왕'의 대 히트와 함께 초등학생들 사이에 바둑열풍이 불고있고 때 맞추어 일본기원도 임원진을 전면 개편하며 개혁에 나서고있다. 일본의 젊은 기사들 사이에선 "한국을 배워 종주국의 권위를 되찾자" 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번에 오는 기사 중엔 지난해 본인방전 도전기에 나섰던 장쉬(張)7단, 예선의 험로를 뚫었던 고노린(河野臨)6단과 판산치(藩善琪)6단, 일본이 기대하는 유망주 다카오 신지(高尾紳路)7단, 조치훈9단의 수제자 김수준6단 등 신예강자들이 눈길을 끈다.

중국은 본선에 직행하는 몇명의 최정상급을 제외한 상위랭커들이 고스란히 참가한 데다 신예들도 최고의 실력자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비록 참가자 수는 일본의 절반(35명)에 불과하지만 전력면에선 훨씬 강하다고 봐야한다.

세계대회 우승자 위빈(兪斌)9단, 이창호9단의 천적 저우허양(周鶴洋)9단 등 정상급들과 뤄시허(羅洗河)9단, 류징(劉菁)8단 등 '6소룡', 그리고 최강의 신예 구리(古力)7단을 필두로 추쥔(邱峻)6단, 저우쥔제(鄒俊杰)5단, 펑취안(彭筌)4단 등 신예대회 우승자들이 줄을 잇고있다.

중국이 한국을 기필코 꺾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14명이 오는 대만은 최강자 저우쥔쉰(周俊勳)9단 외엔 초단진 등 소년기사들이 대부분이어서 바둑연수단과 비슷한 분위기.

중앙일보사가 주최하는 삼성화재배는 다른 세계대회와 달리 남미나 유럽의 아마추어들이 본선에 직행하는 식의 '양념'은 없다. 본선32강 중 16명은 전년도 성적과 국가별 시드로 뽑고 나머지 16명은 통합예선에서 뽑는다.

예선전을 오픈한 대회도 이 대회가 유일하며 초청이 아닌 자비출전도 이 대회뿐이다. 이번 예선전의 대성황과 함께 삼성화재배는 세계대회의 바람직한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예선전은 25일부터 29일까지 4회전에 걸쳐 한국기원에서 진행되며 A조에서 P조까지 16개조의 우승자가 본선진출권을 얻는다. 총 참가기사는 아마추어 포함 2백99명.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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