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종친회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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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금녀(禁女)의 벽을 허물고 국내 최초로 여성 종친회가 탄생했다.

전북 고창군에 사는 박(朴)씨 성을 가진 여성 1백50여명은 지난 11일 모임을 갖고 사단법인 '신라오릉(新羅五陵)보존회 고창군 여성종친회(회장 박인선·64·고창 제일병원 이사)'를 결성했다.

신라오릉보존회는 '박혁거세'를 시조로 모시는 밀양·함양·순천 등 모든 朴씨 종친회가 가입한 연합 모임으로 경주에 본부가 있다.

창립총회에서 참석자들은 '숭조(崇祖)·애종(愛宗)·육영(育英)'의 3대 종친회 정신을 발기문에 넣어 계승할 것을 선언했다.

또 회장·사무국장 등 간부진을 선출하고 이른 시일 내 여성종친회 모임을 경주 본부에 등록시켜 국내 첫 여성 종친회로 공식화할 계획이다.

朴회장은 "결성 움직임과 관련,여자들이 집에서 살림이나 하지 무슨 종친회냐는 등 비난이 많았다"면서 "지역 내 朴씨 성을 가진 여성들이 적지 않아 자주 모임을 가져오다 여성의 권리를 찾자는 뜻이 모아져 종친회 결성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신라오릉보존회 관계자는 "남녀평등이 강조되는 21세기라지만 여성이 결혼을 하면 남편 성씨와 족보를 따라가는 게 현실"이라며 "여성들이 종친회를 결성한 것은 일종의 반란이지만 일단 보존회 차원에서 검토는 해보겠다"고 말했다. 여성종친회 측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종친회 결성이 오는 12월 대통령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돕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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