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패션계도 '대~한민국'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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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한국은 월드컵 축구에서 뿐만 아니라 패션에서도 승리했네요. 축하합니다."

8일부터 11일까지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홍콩 패션 위크(주간)'에 참가한 일본의 프리랜서 패션 기자 도모코 오카의 평이다. 홍콩에서 한국의 옷은 훌륭한 디자인과 품질로 주목받았다.

홍콩 패션 위크는 홍콩 무역개발국에서 매년 여름과 겨울에 여는 아시아 최대의 패션 박람회다. 이번 행사에는 중국·한국·인도·태국·호주 등 21개국 5백40개 업체가 전시관에 참가했다. 아시아 각국 디자이너의 패션 쇼도 함께 열렸다.

한국에서는 여성경제인협회·중소기업청·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문군·임지숙·이연지 등 젊은 디자이너 그룹부터 미스김테일러·마담포라·이영희 등 부티크 브랜드까지 25개 업체가 참가했다.

한국 디자이너가 참가한 패션쇼는 '아시아·퍼시픽 디자이너 쇼'와 '한국 디자이너 쇼'.

홍콩·대만·인도네시아의 디자이너와 함께 등장한 '아시아-퍼시픽 디자이너 쇼'에서는 단연 한국의 패션이 돋보였다.

'애니 김(ATZIN)'은 옷을 캔버스로 삼아 그림을 그린 예술적이고 개성 있는 스타일로 눈길을 끌었다. 그녀의 작품은 예술성을 중요시하는 유럽 바이어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병주는 플라워 프린트의 쉬폰 소재와 데님을 조합해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승무도 베이지와 블루의 고급스러운 데님 스타일을 연출했다.

호주의 패션 잡지 '패션 페이지'의 에디터 에드윈 맥캔은 "한국의 옷은 완성도가 높은 완벽한 작품이어서 확실히 돋보였다"고 칭찬했다.

한국의 신진 디자이너 10명이 참가한 '한국 디자이너 쇼'에서는 노랑·검정을 강렬하게 대비시킨 임지숙의 작품이 가장 주목받았다.

대만의 의류 업체 '프로텍 패브릭 인터내셔널'의 바이어 마르코 C L은 "대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우 인상적인 디자인이라 젊은층을 사로잡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연은 월드컵 한국을 연상시키는 빨강·파랑으로 포인트를 준 데님 작품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히딩크 감독의 캐릭터가 들어간 티셔츠도 관객들의 유쾌한 웃음을 끌어냈다.

몇년 전부터 홍콩·중국·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하기 시작한 문군은 이번 쇼에서 남자 모델로 직접 무대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문군은 "깡마르고 잘생긴 모델만 입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누구나 소화할 수 있는 옷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성장한 디자이너로 유명한 문군은 다음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여성복 컬렉션에서 젊은 디자이너들을 위한 '후즈넥스트 (Who's next)'에 참가해 유럽 시장 진출도 꾀할 계획이다.

패션쇼에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수년간 해외시장 진출 기반을 닦아 온 미스김테일러, 한산모시·명주 등 고급 소재와 꼼꼼한 바느질로 알려진 꼬세르 등 고급 브랜드 의류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꼬세르의 유지원 실장은 "한복 라인에서 출발한 동양적 디자인과 고급스런 원단·바느질 때문에 상류층을 겨냥하는 중국 바이어들이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최고 수십배까지 비싼 가격 때문에 외면 받는 업체들도 많았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정태성 대리는 "한국의 기술을 바탕으로 고급화 전략을 펼치면서 가격 경쟁력도 갖추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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