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 해상훈련 “미국 기류 변한 듯” 장소·규모 모두 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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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천안함 어뢰 격침에 대한 무력시위 차원에서 추진했던 한·미 연합 해상훈련의 장소와 규모가 오리무중이다. 한·미 양국은 당초 지난달 7∼10일 미 7함대 소속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참가하는 연합 해상훈련을 서해에서 실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짜임새 있는 훈련과 유엔 안보리의 대북 조치 프로세스를 이유로 두 차례나 연기하고도 아직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13일 “현재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가 결정되지 않았다”며 “7월 중에는 실시할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원 대변인은 “대잠훈련은 한·미 연합방위의 강력한 의지를 과시하고자 하는 게 목적”이라며 “(실시 장소에 대해)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훈련 장소를 천안함이 침몰한 백령도 해역 가까운 서해로 국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동해나 남해, 또는 여러 해역에 걸쳐서 동시에 실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당초 의지가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국군은 서해에서 강력한 훈련을 당장이라도 실시한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면서 “그러나 천안함 사건 직후 한·미 연합 해상훈련에 대해 우리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왔던 미국 쪽의 기류가 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이 서해상에서 대규모 연합 훈련에 반대하는 중국 측을 의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보리의 천안함 공격 규탄 의장성명 이후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데 중국 측의 협조가 불가결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을 수도 있다. 훈련 시기도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오는 21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 외교·국방장관(2+2)회담 이전에 훈련을 실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과 북한이 2+2회담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군 당국은 12일 열린 외교·국방장관, 국정원장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조만간 미측과 협의하고 훈련 장소와 시기·규모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유엔사·북한군 접촉 15일로 연기=13일 오전 10시 판문점에서 열릴 예정이던 유엔사와 북한군의 대령급 실무접촉이 돌연 연기됐다. 이번 접촉은 북측 제안에 따라 열리기로 돼 있었으나 북측은 이날 행정적인 이유를 들어 회의 직전 연기를 요청해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이번 접촉을 연기한 데는 한·미 연합 훈련 계획을 지켜보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접촉을 15일에 하자고 알려왔다.

북측은 지난 9일 유엔사에 “조·미 군부 장령급회담 관련 문제들을 협의하기 위해 7월 13일 오전 10시 판문점에서 대좌급 실무접촉을 할 것을 수정, 제의한다”고 밝혔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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