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동네] 뮤지컬 ‘쟁이’ 남경읍이 털어놓은‘나의 삶 나의 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나는 그 당시 용돈이 두둑했다. 어머니 곗돈 훔치기, 약국 금고 축내기 등으로 모은 것들이었다.” (『쟁이』본문 중에서)

뮤지컬 배우 남경읍(52·사진)씨가 자서전을 냈다. 제목은 『쟁이』다. 남씨는 1979년 ‘위대한 전진’으로 뮤지컬에 데뷔했으니 올해로 ‘춤과 노래’ 인생 32년째다. 책의 표현대로 ‘뮤지컬 배우란 극단 사람들보다 연기 못하고, 합창단보다 노래 못하며, 무용단보다 춤 못 추는 어중이떠중이 집단’이라는 시선을 이겨내고 오늘의 뮤지컬 전성기를 이끈 1세대 배우다. 『쟁이』라는 책 제목, 남씨의 이력과 어울리는 조합이다.

책에서 멋있는 말씀, 인생의 금과옥조 같은 건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그가 살아온 과정이 찬찬히, 그리고 진솔하게 그려진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님 속을 썩인 아이였던 모양이다. 경북 문경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시험지를 몰래 빼내 성적을 조작할 만큼 소년 남경읍은 영악했고, 그걸 발각해 혼을 내는 선생에게 앙심을 품고 새총을 쏠 만큼 독기 또한 있었다. 가출을 하고, 오토바이 사고까지 낸 뒤 붙잡혀 온 그는 아버지의 뚝뚝 흘리는 눈물을 보고서야 청소년기의 방황을 끝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실화를 토대로 했기에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도 자주 등장한다. 서울예전 입학 당시 “소처럼 우직하게 변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평생 우정을 다져왔던 이가 탤런트 유동근이다. 그가 지금껏 길러낸 제자들은 무려 2000여 명. 조승우·오만석·황정민·박건형 등 내로라하는 스타도 수두룩하다. 책에는 그들과 얽힌 에피소드가 소개된다. 무엇보다 그의 친동생 배우 남경주와의 얘기가 코끝을 찡하게 한다.

최민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