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5억?'메모 대기업에 도움 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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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병호 전 아태재단 행정실장이 지난 5월 검찰 소환 직전 뜯어 쓰레기통에 버린 수첩에 적힌 '국정원 5억? 후광(김대중 대통령 아호를 지칭한 듯) 돈 확인'이라는 메모의 의미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김병호씨는 1998년 김홍업씨가 대기업으로부터 받은 10억원을 16명의 제3자 이름으로 된 차명계좌에 입금시켜 세탁하는 일을 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확인된 인물이다.

김병호씨는 '국정원 5억' 메모는 검찰에서 "국정원 돈이 5억쯤 되느냐" 등의 질문을 받은 것을 적어놓은 것이며,'후광 돈 확인'은 후광문학상을 아태재단에서 직접 관리하는 문제를 쓴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수사에서 홍업씨가 국정원 측(임동원·신건 전·현원장 포함)의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메모 또한 김홍업씨와 국정원 간의 돈 거래를 뜻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홍업씨가 개입한 각종 청탁들이 실제로 성사됐는지도 마무리가 덜 된 부분이다.

▶이재관 전 새한그룹 부회장 수사 선처▶성원건설 화의인가 및 부채 탕감▶한국미스터피자 세무조사▶평창종건 신용보증서 발급 등이 그것들이다.

이중 상당수는 성사된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그 과정에 역할을 한 해당 기관 내 인물들에 대한 수사도 이뤄져야 한다. 또 홍업씨에게 각각 16억·5억원을 준 것으로 드러난 현대·삼성 측에 홍업씨가 어떤 도움을 줬는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홍업씨의 변호인인 유제인 변호사는 10일 이에 대해 "아태재단 재정지원 및 활동비 명목으로 대가 없이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넘기기에는 액수가 너무 크다는 시각이 많다.

검찰은 그동안의 수사에서 부산물로 제기된 이들 의혹에 대해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어 경우에 따라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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