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여인 자태 고스란히 살려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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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조선시대의 풍속화가 신윤복의 그림에서 걸어나온 미인같다. 살포시 감은 눈에 잘록한 허리며 머리 치장이 곱다. 서울 신사동에 새로 문을 연 인형 가게 '흑운(黑雲)'에서 선보인 전통 인형들이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말 그대로 '검은 구름'처럼 조선시대 여성들 처럼 머리를 장식한 탐스런 인형들이 춤추고 노래하며 살아 움직일듯 생생하다.

이 인형들을 탄생시킨 현금원(43)씨.

"어릴 때부터 인형을 참 좋아했어요. 세계 각국의 인형 모으기가 취미였는데 왜 우리나라 인형은 푸대접을 받을까 속상한 적이 많았습니다. 조각과를 간 것도 인형 때문이 아니었나 싶어요."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프랑스로 유학해 '아르 데코'에서 조소 수업을 받았지만 역시 인형에 대한 꿈을 버릴 수는 없었다. 남편인 최민(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씨를 따라 서울로 돌아온 뒤에도 인형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조선시대 회화사와 복식사 등을 공부하며 지난 2년여 동안 30여종의 전통 인형을 제작했다. 얼굴과 손은 백토를 1천2백도에서 구워 호분과 동양화 물감으로 채색을 했고, 옷과 장신구는 고증을 철저히 해 조선 여인들 생활사를 그대로 복원하려 애썼다. 그는 "인형 박물관을 열고 인형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글=정재숙·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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