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사업 … 지방채 작년에만 6조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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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8일 입주한 새 용산구청사. 부지 1만3497㎡에 지하 5층, 지상 10층 규모다. 3년간 공사비 1187억원과 토지보상비 235억원을 포함해 1522억원이 투입됐다. [강정현 기자]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한 지방채(地方債) 잔액은 25조5531억원이다. 국가 전체 예산 206조원의 12%를 차지한다. 2008년보다 6조3000여억원이 늘었다. 올해는 3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치단체가 지방채를 발행하는 것은 각종 사업을 벌이는 데 필요한 자금을 빚내서 충당한다는 뜻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52.2%다. 재정자립도는 일반회계상의 세입에서 정부의 보조금을 제외한 지방세·세외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16개 시·도 중 가장 높은 곳은 서울로 85.8%이고, 가장 낮은 곳은 전라남도로 20.6%다. 시·군·구별로 전국에서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곳은 전남 고흥군(8.6%)이다. 재정자립도가 10%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 9군데나 된다. 지방채 잔액과 재정자립도는 지방 재정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청주대 손희준(행정학) 교수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걷는 세금 비율이 8대 2로, 지방 재정은 근본적으로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지자체의 재정 상태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곳곳에 있다. 경제위기로 인한 정부의 감세정책이 그 첫째다. 법인세·소득세 인하 정책에 따라 지자체의 주요 수입인 주민세가 지난해 8000억원 줄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자치단체에 내려보내는 교부세도 덩달아 줄었다. 자치단체 입장에서는 들어오는 돈은 주는데 나가야 할 곳은 많아진다. 특히 고령화로 복지비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서정섭 지방행정연구원 자치재정연구실장은 “대부분의 복지사업이 중앙정부가 내놓는 돈에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보태 사업을 진행하는 매칭 펀드 형식이어서 복지수요가 많은 지자체일수록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예산 대비 지방채의 비율이 30%가 되면 위험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조봉업 행정안전부 재정정책과장은 “지방채가 138조 엔으로 전체 예산의 152%에 달하는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지방채 규모가 12%로 아직까지 파산을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운영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고 하반기부터 재정위기 사전경보 시스템을 가동할 방침이다. 조봉업 재정정책과장은 “사전경보가 발령된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전문가 집단이 재정진단·컨설팅을 해 교부세·지역상생기금 등을 지원하는 등 재정건전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한은화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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