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TV업체 '미국발 한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중국의 최대 TV 수출업체인 쓰촨창훙(四川長虹)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베이징청년보는 지난 28일 쓰촨성에 본사를 둔 쓰촨창훙전기유한공사가 올해 5억달러가량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창훙의 류하이중 대변인은 "대미 수출이 줄어든 데다 미국 현지 거래처가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올해 첫 적자가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까지 중국 및 해외 시장에서 순항했던 창훙의 어려움은 미국 시장에서 일이 꼬이면서 시작됐다. 창훙의 미국 내 최대 거래처인 아펙스디지털이 경영난으로 거래대금 4억6800만달러를 제때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아펙스디지털은 창훙 등 중국 업체로부터 저가의 TV와 DVD재생기.가정용 전자기기 등을 대량으로 구매한 뒤 월마트 등 미국의 할인점에 납품하는 업체다. 창훙은 미국 시장에 수출되는 중국산 TV의 90%를 생산해왔고, 아펙스디지털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TV의 90%를 판매해왔다.

1997년 이후 창훙의 미국 시장 진출의 핵심 창구 역할을 해온 이 업체는 최근 미국 내 DVD 기술 특허 사용과 관련한 분쟁에 휩싸여 지급 능력이 극도로 악화됐다. 이 회사의 중국인 대표이사인 지룽펀(52)은 금융 사기 혐의로 최근 중국 선전에서 구속됐다. 창훙은 아펙스디지털로부터 받지 못한 대금 중 1억5000만달러 정도만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무역 장벽이 높아진 것도 창훙의 수지 악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올 초 미국 상무부는 창훙 등 중국산 TV에 덤핑 혐의를 적용, 25%의 반덤핑 수입관세를 부과했다. 창훙의 대미 수출이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6억달러어치의 TV를 수출한 창훙은 올 상반기 수출액이 2억달러로 줄었다.

특히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25인치 이상의 브라운관 TV에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자 아펙스디지털이 "기존 제품은 더 이상 팔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이로 인해 창훙 TV에 대한 주문이 더 줄었다.

장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