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엔도르핀' 키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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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엔도르핀 효과'는 수십조원=월드컵의 경제효과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월드컵 개최에 따른 직접적 경제효과다. 경기장 건설 등에 쓴 투자지출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출한 숙박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한국개발연구원 등은 이 돈을 약 3조5천억원으로 추정했다. 여기서 생긴 부가가치 증대는 국내총생산의 1% 정도(5조3천억원)로 계산됐다. 월드컵 특수도 직접 효과다. 대형 디지털 TV와 붉은색 의류, 축구공 등 스포츠용품의 판매증가는 소비 활성화로 나타났다.'IT(정보기술)월드컵'으로 불렸던 만큼 IT산업 효과도 컸고, 컨벤션·스포츠·마케팅 등 틈새 산업의 활성화 계기도 됐다.

반면 기대에 못 미친 곳도 있었다. 호텔·관광·택시와 백화점 등 유통업계는 기대에 못 미쳤다며 울상이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직접적 경제효과는 플러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더 큰 경제효과는 월드컵 개최 및 4강 진출국으로서 누리는 '마케팅 효과'다. 국가 이미지가 개선됐으며 기업은 상당한 홍보효과를 누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그 효과를 22조5천억원으로 추산했다.

월드컵 공식 후원업체였던 KT 이상철 사장은 "홍보효과는 5조원 가량으로 비용의 1백배를 건졌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김동진 사장은 "브랜드 인지도를 최소한 10% 이상 끌어올렸다"며 "이런 효과를 거두려면 홍보비를 6조~7조원 들여도 모자랄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큰 효과는 국민에게 기쁨을 준 '엔도르핀 증대 효과'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온 국민을 이토록 기쁘게 하고 하나로 통합시키려면 수십조원이 들어도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경영연구소 곽창호 경제동향연구센터장은 "이런 엔도르핀은 경제발전의 추진력"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에 짐이 될 수도=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내실이 뒤따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郭센터장은 "간접적 효과는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야 수출 증대와 외자유치 확대로 현실화될 것"이라면서 이는 마케팅만으로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석중 상무는 "수출가격 10% 더 받기는 품질 개선과 고부가가치화가 전제돼야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잘못 활용할 경우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1978년과 86년에 월드컵을 개최한 아르헨티나와 멕시코는 각각 그해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하나된 마음'을 차분히 경제로 돌리지 못하면 오히려 경제에 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영욱 전문기자

26조원과 5조~6조원-. 한국 축구가 '4강 신화'를 이룬 월드컵대회의 국민경제적 효과를 놓고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6조원이라고 추정하고, 삼성경제연구소는 5조~6조원으로 본다. 추정치는 달라도 경제효과가 엄청날 것이라는 데는 일치한다. 그런 가운데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김석중 상무는 경제효과는 가능성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경제시스템 개혁 등이 전제될 때만 현실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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