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세상] 玉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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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자고로 귀함의 상징은 쇠붙이로는 금(金)이요, 돌로는 옥(玉)이다. 옥은 무르고 딱딱함의 두 종류로 나뉜다. 무른 옥, 즉 연옥(軟玉)은 백옥(白玉), 청옥(靑玉), 벽옥(碧玉), 황옥(黃玉), 묵옥(墨玉)이다. 이 연옥은 각섬석(角閃石)이라는 광물이 주성분이다. 각섬석은 암갈색과 검은색, 녹흑색을 띤 광물로서 암석(巖石)을 구성하는 이른바 ‘조암(造巖)’ 물질이다.

딱딱한 옥, 경옥(硬玉)에는 비취(翡翠)와 남양옥(南洋玉) 등이 있다. 검은 녹색 등을 띠는 조암물질 휘석(輝石)으로 구성돼 있다. 연옥이나 경옥 모두 귀했다. 구하기 쉽지 않고 산지(産地)도 멀리 떨어져 있어서 늘 보석(寶石) 대접을 받아왔다.

옥의 덕목(德目)은 여러 가지다. 순결(純潔), 온윤(溫潤·따뜻하고 윤택함), 고귀(高貴), 미호(美好·아름답고 좋음)의 상징이다. 그런 까닭에 사람이 손에 쥐거나 몸에 지니는 물건 가운데 최상품의 것에는 늘 옥이 따라붙는다. 옥으로 칼을 만들면 옥도(玉刀)요, 도끼를 만드니 옥부(玉斧)다. 도장을 만든다면 옥새(玉璽)고, 부처 형상을 지으니 옥불(玉佛)이다.

그래서 의젓한 사람의 총칭인 군자는 “늘 옥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君子必佩玉)”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만들어진 말이 빙심옥호(氷心玉壺)다. 당나라 시인 왕창령(王昌齡)이 “낙양 친구들이 (나에 대해) 물으면, 얼음처럼 깨끗한 마음이 옥주전자에 담겨 있다고 전해 달라(洛陽親友如相問, 一片氷心在玉壺)”고 쓴 시에서 나왔다. 깨끗하고 순결하며 품격 높은 사람을 일컫는다.

옥은 그래서 사람의 몸을 형용하는 데에도 쓰였다. 옥처럼 고귀하면서 해맑은 얼굴을 옥용(玉容) 또는 옥안(玉顔)이라고 했다. 옥체(玉體)는 부모님께 글을 올리면서 그 편안함을 여쭐 때 잘 쓰던 말이다. 금지옥엽(金枝玉葉)도 귀한 가족 또는 자녀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옥을 닮은 사람들이 옥인(玉人)일 것이다. 꿋꿋하면서도 시류(時流)와 상관없이 제 갈 길을 가는 사람이겠다. 한 나라의 최고 권력을 형성하는 청와대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아야 할 터인데, 요즘 뉴스를 보면 청와대 안 잡돌이 그를 막아섰던 형국이다. 대통령 주변에서 지역정서에 편승하려는 잡돌 솎아내고 옥돌 맞아들이는 작업이 청와대 개편의 핵심이다.

유광종 중국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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