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최연소 해설 서형욱'굿데이'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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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번 월드컵 기간 중 방송사들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시청률 다툼을 벌였다. 특히 해설자 영입 경쟁이 뜨거워 세계적인 스타 펠레와 에우제비우까지 카메라 앞에 불러들이기도 했다.

이 가운데 기자 출신의 해설자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굿데이의 서형욱(사진) 기자. 이번 대회 최고의 빅매치로 관심을 모았던 잉글랜드-아르헨티나전에서 그는 선수들이 공을 잡을 때마다 개개인의 정보를 줄줄이 꿰었을 뿐 아니라 물 흐르듯 경기 흐름을 짚어내 시청자들의 찬탄을 자아냈다.

MBC TV와 라디오를 통해 개막전과 일본-벨기에전 등 모두 다섯 경기를 소화해 낸 그는 해설자 중 가장 어린 스물일곱살의 앳된(?) 청년이지만 축구에 대한 소양과 유럽 등 해외 축구의 동향·정보에 대해서는 선배 해설자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았다.

축구가 좋아 1999년 말 '토탈 사커'라는 웹진을 운영하면서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그는 사실 축구를 즐겨보는 시청자에게는 낯설지 않다. MBC에서 '월드컵 스페셜''월드컵 미리보기' 프로그램의 한 코너를 1년 가까이 맡아왔고 지난해 말부터는 위성방송인 KBS스포츠 채널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굿데이의 창간과 함께 축구 전문기자로 일해 온 서씨는 기자 연령으로 보면 아직 돌이 채 지나지 않은 새내기. 하지만 이번 월드컵 보도와 관련해 우리 언론의 보도 태도에 아쉬운 부분이 많다. 특히 유럽 언론이 심판 매수설을 흘리며 편파 판정을 문제 삼을 때 우리가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건 실책이란다.

"주최국으로서 홈 이점(홈 어드밴티지)은 어느 대회에나 있어 왔고 이번에 특별히 정도가 심한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우리 언론은 뚜렷한 입장을 가지지 못한 채 외신을 단순 보도하면서 수세적으로 반응해 결과적으로 피해를 봤지요."

독일과의 준결승전에 심판 3명이 모두 유럽인으로 배정된 건 분명 한국팀이 '불이익'을 받은 거라는 게 서씨 주장이다.

그는 축구 저널리즘의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월드컵 개최국가에서 세계에 내놓을 만한 고급 축구잡지가 없다는 건 난센스입니다. 앞으로 질높은 축구 잡지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는 특히 선수 출신으로 기사나 글을 쓰는 이가 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전 경험이 많은 선수 출신은 자신과 같은 '백면서생'이 포착할 수 없는 관점으로 글을 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축구를 보는 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 영화가 취미라고 하면 고상하다고 봐주면서도 축구를 좋아하고 축구에 대한 글을 쓴다고 하면 낮춰 보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30일 폐막전 중계를 위해 일본으로 떠날 채비를 하던 서기자는 "현장의 열기를 느끼며 해설할 생각을 하니 그 희열감이 벌써 밀려오는 듯하다"며 해맑게 웃었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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