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재.보선]대선정국 새 분수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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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6·13 지방선거 책임론과 노무현(武鉉)후보의 재신임을 둘러싼 민주당 내홍이 18일 수습의 가닥을 잡아가면서 정국의 초점은 8·8 재·보선으로 급속히 쏠리고 있다. 더구나 후보가 "재·보선 후 대선후보를 재선출하는 데 반대하지 않겠다"고 해 재·보선의 비중이 더욱 커졌다.

18일 현재 재·보선이 확정된 지역은 모두 열 곳. 여기에 대법원에 계류 중인 네 곳에 대한 확정 판결이 다음달 9일 이전에 날 경우 최대 14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지역도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호남·영남을 망라하는 전국적 규모다. 그야말로 '미니 총선'인 셈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이 대선 정국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출전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배수진 친 민주당=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은 8·8 재·보선에 당의 사활을 걸게 됐다. 12월의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재·보선에서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후보로서도 사실상 재·보선과 자신의 거취를 연계시키는 승부수를 띄우면서 배수진을 친 셈이 됐다.

이에 따라 후보측은 우선 공천과정부터 적극 개입해 참신하고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우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도입한 상향식 공천제를 유보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웅(浩雄)조직위원장은 18일 "재·보선이 50여일밖에 남지 않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상향식 공천제를 잠시 유보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국민에게 약속한 국회의원 후보의 상향식 공천을 포기하는 데 따른 비판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대신 시민단체 등을 참여시키는 '유권자 1백인 위원회'나 국민경선제와 미국의 배심원제를 혼합한 '국민배심원제' 등을 도입, 이들 기구에서 후보를 공천하는 것으로 명분을 삼겠다는 것이다.

후보 측 염동연(東淵)정무특보는 "후보 선정 과정도 누가 후보가 되느냐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선정 과정에서 각종 행사를 기획, 다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특위 위원장엔 김근태·정동영(鄭東泳)고문을 내세운다는 복안도 있다.

문제는 마땅한 후보감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가뜩이나 최악의 지지도를 보이는 마당에 누가 선뜻 민주당 후보로 나서려 하겠느냐"며 "지방선거 전에 공천을 향해 뛰던 사람들이 선거 후에 포기쪽으로 기울었다"고 우려했다.

◇굳히기 나선 한나라당=지방선거 압승의 여세를 몰아 이번 재·보선에서도 승리하겠다는 각오다. 재·보선까지 휩쓸 경우 '이회창(會昌) 대세론'은 날개를 달아 연말 대선의 승세를 확실히 굳힐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우리 당이 재·보선에서 이기면 민주당은 대선을 앞두고 자중지란에 빠질 것이므로 당으로선 이번 선거를 결코 놓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나라당은 조만간 후보 공모를 할 방침이다. 후보 등이 직접 나서 인재를 영입하는 노력도 병행할 것이라고 한다.

한나라당의 관건은 지방선거 압승의 분위기를 8월 8일까지 유지하는 것이다. 현 정권의 부정부패 문제를 계속 이슈화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19일 검찰에 출두하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차남 홍업(弘業)씨 등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에 대해선 특검제와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하는 등 공세를 계속할 계획이다.

박신홍·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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