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맞춤 퇴직연금 선택 요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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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확정급여(DB)형이냐, 확정기여(DC)형이냐’.

퇴직연금에 가입할 때 직장인들이 부닥치는 고민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은 기존의 퇴직금 제도와 유사한 DB형을 택해 왔다. 많은 기업이 퇴직연금에 가입하면서 근로자들이 직접 DB형과 DC형 중에 선택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5월 말까지를 기준으로 DB형에는 12조원이 몰렸지만 DC형은 그 3분의 1에 불과했다. 아직은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안정적인 DB형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것이 적절한 선택일까.

미래에셋자산운용 퇴직연금교육센터가 DB·DC형 선택에 대한 길라잡이를 제시했다. 6일 창간한 월간지 ‘은퇴와 투자’를 통해서다. 우선은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안정성부터 살피라고 했다. DC형은 일단 분기나 반기마다, 또는 매년 퇴직금을 정산받아 개인이 돈을 굴리는 구조다. 극단적으로 회사가 부도나더라도 그때까지 받은 퇴직금은 챙기게 된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DB형은 회사 측이 퇴직금의 60% 이상만 외부에 적립해 운용하면 된다. 회사가 문을 닫는다면 그때 받아야 할 퇴직금의 60%밖에 찾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회사의 재무구조가 미덥지 못하다 싶으면 DC형을 택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퇴직할 때까지의 임금 상승률도 DB형과 DC형을 고를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다. 상승률이 높으면 DB형이 유리하다. DB형은 퇴직하는 해의 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계산하고, DC형은 매년(또는 분기·반기) 해당 연도의 임금에 맞춰 퇴직금을 주기 때문이다. 자신이 퇴직금을 받아 굴려서 매년 임금 상승률 이상의 수익을 낼 자신이 있을 경우에는 DC형을 택하면 된다. <그래픽 참조> 대체로 낮은 직급의 근로자는 앞으로 승진을 하면 임금이 많이 오를 가능성이 있으니 DB형을, 반대로 높은 직급이라면 DC형을 고르는 게 무난하다.

퇴직연금은 도중에 DB형에서 DC형으로 갈아탈 수도 있다. 이를 활용하면 수익률이 더 오른다. 일단 DB형에 가입했다가 어느 수준까지 승진해 더 이상 임금 상승률이 떨어진다 싶으면 DC형으로 갈아타는 것이 좋다. 임금 피크제가 시행될 경우도 마찬가지다. 임금 피크제에 걸려 임금이 줄면 DB형의 퇴직급여액이 줄기 때문에 DC형으로 바꾸고 자신이 운용하는 편이 낫다.

DC형을 선택했을 경우에는 퇴직금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연금 계좌를 튼 은행·보험·증권사 등에 자신이 직접 지시를 해야 한다. 이때 대부분의 근로자가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주가지수가 많이 오른다 싶으면 주식 비중을 늘리고, 내려서 손실을 좀 보면 정기예금 등으로 돈을 빼는 것이다.

신영증권 오광영 연구위원은 “수익률 하락에 부담에 느끼지 말고 장기적인 경제의 성장성을 믿고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정년 후에 직장을 새로 갖거나 직장을 자주 옮기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퇴직금은 관리가 잘 안 되게 마련이다. 이때는 개인퇴직계좌(IRA)를 활용하면 좋다. 퇴직 후 60일 이내에 먼저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을 이 계좌에 넣으면 퇴직할 때 납부한 퇴직소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 

김경진 기자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DB는 근무연수에 평균임금을 곱해 퇴직금이 확정돼 있는 연금제도인 데 비해 DC는 회사가 납부하는 돈에 근로자의 지시로 운용된 손익이 더해져 연금이 확정되는 제도다. 한마디로 DB는 회사가, DC는 근로자가 퇴직금을 관리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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