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기> 尹6단, 曺9단의 연승 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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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제9보 (166~208)=월드컵 축구는 이변의 연속이다.그것이 지구촌을 탄식과 흥분으로 몰아넣고 있다. '의외성'이란 측면에서 보면 바둑은 축구보다 견고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바둑도 랭킹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1위의 이창호9단이 16세의 신예 송태곤2단에게 지는가 하면 송2단은 입단 초년생 허영호초단에게 지고 있다. 송2단이나 허영호 초단은 아직 세계랭킹이랄 것도 없는 처지다. 그러니 이창호가 송태곤에게 지는 것은 축구에서 세계1위 프랑스가 40위 바깥의 세네갈에 져 탈락하는 것보다 더한 이변일 것이다.

曺9단의 세계랭킹은 2위 아니면 3위일 것이다. 윤현석6단은 몇위일까. 아직 한국기원은 랭킹 시스템이 없지만 이번 월드컵 축구를 보면서 랭킹 시스템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 랭킹이 없으면 비교의 재미랄까, 게임에서 깨소금 역할을 하는 양념이 빠져버리게 된다.

한국기원엔 다승 랭킹이 있지만 그것은 진정한 랭킹과는 거리가 멀다. 尹6단은 그 다승 랭킹에서도 국내 20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판을 보면 曺9단을 상대로 거의 완승이라 할 만한 멋진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바둑계는 이런 정도의 이변을 이변으로 여기지 않은 지 오래다. 종이 한장 차이로 좁혀진 실력 차이 때문에 누가 누구 칼에 맞을지 종잡을 수 없는 바둑계가 돼버린 것이다. 178은 정수. <참고도>처럼 젖히면 흑2,4의 수가 있다. 尹6단은 빈틈없이 마무리해 2백77수만에 4집반을 이겼다. 선두 曺9단의 덜미를 잡은 것이다. 208수 이하는 생략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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