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두 번 만나다 흐지부지 됐는데 이게 무슨 하나회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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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포목우회 회장을 지낸 박승호(53·사진) 경북 포항시장이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 모임과 (총리실) 민간인 사찰 문제를 연결하는 것은 다른 정치적 저의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5일 포항에서 기자를 만나 “야당의 ‘영포 게이트’란 말을 들으면서 정치에 환멸을 느낀다”고까지 했다. 그는 이석수 초대 회장과 박명재 전 행정자치부 장관에 이어 영포목우회의 3대 회장을 지냈다.

-영포목우회는 어떤 모임인가.

“영일군과 포항시 출신의 중앙부처 5급 이상 공무원이 모인 친목단체다. 초창기엔 회원들이 1년에 한두 번 만났지만 그나마 1999년 회장을 맡고 있던 내가 중국으로 파견가면서 흐지부지됐다. 당시 회원은 50여 명 수준이었다. 또 포항은 외지인이 많은 도시여서 향우회의 결속력도 약한 편이다. 모임의 정관은 있었지만 쪼가리 수준이었다. 대선 때 한 일도 없다. 그러다가 새 정부 출범 이후 2008년 다시 송년 모임을 한 것이다. 이게 무슨 하나회며 조폭 조직이냐. 이인규 지원관은 포항고 1년 후배지만 고향은 영덕이다. 회원이 아니다.”

-야당은 ‘영포 게이트’ 규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민국이 걱정스럽다. 야당은 ‘형님(이상득 의원) 예산’이니 ‘영일대군’이니 하는 촌철살인의 말을 만들어내더니 또 새로운 말을 만들고 있다. 말 만들기의 귀재들이다 .”

-2008년 서울의 송년 모임 발언이 파문을 일으켰는데.

“당시 인사말 중 앞뒤 잘리고 ‘이렇게 물 좋은 때 고향을 발전시키지 못하면 죄인이 된다’는 말만 남아 오해를 일으켰다. 그저 웃자며 던진 덕담 수준이었다.”

-향우회원들이 항의하기 시작했다.

“많이 참고 있다. 대통령을 배출한 도시답게 겸손하고 자세를 낮춰야 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시민들이 ‘아무리 정치인이라도 책임질 얘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걱정이다.”

 포항=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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