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전대 ‘라이벌 열전’ 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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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검사 출신, 수도권 4선, 이명박 정부의 원내대표.

한나라 전당대회에 출마한 안상수 후보(위쪽)와 홍준표 후보는 검사 출신에 수도권 4선 의원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원내대표를 역임했다. [중앙포토]

7·14 한나라당 전당대회 출마자 가운데 이런 공통점을 지닌 두 후보가 있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대학 시절 학생운동에 참여했으며, 또래들보다 늦은 나이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가 됐지만 검찰에선 ‘주류’로 대접받지 못한 점도 같다. 당 대표직을 놓고 혈전을 벌이고 있는 안상수(64·의왕-과천), 홍준표(56·서울 동대문을) 후보 얘기다.

안 후보는 1987년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의 주임검사로 활동하면서, 그리고 홍 후보는 93년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름을 날렸다. 이들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96년(15대 국회) 신한국당의 공천을 받아 나란히 국회에 들어왔다. 하지만 둘은 비슷한 이력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친밀한 관계를 맺지 않았다. 98년엔 당 대변인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당시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홍 후보는 대변인을 강력히 희망했지만 그 자리는 가만히 있던 안 후보에게 돌아갔다. 이후 둘 사이는 더욱 껄끄러워졌다.

그런 두 사람이 이번 전대를 앞두고 상대방을 향해 날카로운 칼끝을 겨누고 있다. 원내대표 시절 이명박 정부의 노선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평가를 받는 안 후보는 ‘안정론’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6일 열린 대구 지역 비전 발표회에서 “풍부한 경험과 투철한 소명으로 일을 강력히 추진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나는 두 번의 원내대표를 거치면서 정권을 창출하고 정국을 안정시켰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쇄신을 위한 ‘당당한 후보’론으로 안 후보의 안정론에 맞서고 있다. 홍 후보는 비전 발표회에서 “안 후보의 안정론은 친이 강경파의 안정일 뿐이며 그건 당과 정권을 망친다”며 “2012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선 권력에 대해 당당하게 할 말을 하는 새로운 얼굴의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는 안 후보를 향해 “밀어붙이기의 당사자이며 불교계의 반발도 크다”고 공격하고 있다. 안 후보는 “미디어 법안 등 홍 후보가 원내대표 시절 처리하지 못한 법안을 해결한 걸 두고 밀어붙인다고 하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안 후보 측은 “홍 후보에겐 안정감이 부족해 청와대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공세를 취한다. 홍 후보는 “최근 이 대통령을 만났는데 대통령은 ‘당에 친이가 어디 있느냐’고 하더라. 청와대 신뢰 운운하는 건 흑색선전”이라고 반격했다. 당내에선 “의원·당협위원장 숫자에선 안 후보가, 바닥 대의원 표심에선 홍 후보가 앞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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