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 PD 구속 방송가 긴장 "결과 지켜봐야"… 시사프로 여과장치 강화엔 공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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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1일 KBS '추적 60분'의 한 담당 PD가 검사 사칭 혐의로 구속돼 방송가가 긴장하고 있다. 시사 프로그램의 특성상 취재진이 참고인 조사 자격으로 소환된 적은 있지만 구속까지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추적 60분'은 지난달 18일 '특혜의혹 분당 파크뷰, 무슨 일이 있었나'라는 제목으로 백궁·정자지구 용도 변경 의혹과 관련, 김병량 성남시장의 육성 녹음을 공개했다. 김시장이 검찰 고위 간부에게서 시민단체와의 다툼에 대응하는 방안을 조언받는 등의 내용이었다. 담당 PD는 자신을 수원지검의 모 검사라고 속여 김시장과 전화 통화를 한 뒤 이를 방송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사칭했다" "아니다" 공방 가열=구속된 PD는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음 테이프 제공자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사칭을 하며 취재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김시장측은 이에 대해 "당시 전화를 한 사람의 휴대전화 발신자 번호를 추적해 보니 방송사 소속 전화번호였다"며 사칭이 확실하다는 입장이다.

일선 시사 프로그램 제작진은 "취재를 위해 검사 등 고위 공무원을 사칭하는 일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기 업체 조사 등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신원을 정확하게 밝히고 취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구속된 PD는 도덕성에 상당한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KBS측은 이에 대해 "검찰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시사 프로그램 제작진들 긴장=PD의 구속에 따른 충격 여파 속에 시사 프로그램 제작진은 바싹 긴장하고 있다. 한 시사프로그램 PD는 "여러 사람의 이해 관계가 얽힌 사안을 다루다 보니 자주 소송에 휘말린다. 그래서 항상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방송사는 이런 문제점을 차단하기 위해 변호사가 프로그램을 사전에 검토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 방송 전에 충분한 법적 검토를 거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처럼 방송 후에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도 다반사여서 이 제도에만 의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방송가 관계자는 "열띤 취재 경쟁을 하다보면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각종 여과장치를 마련하는 등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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