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형 투자자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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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글로벌 금융 시장의 전반전 경기가 끝났다. ‘수비’에 주력한 투자자들이 웃었다. 1일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 미국 국채와 금값 등 안전 자산의 가치는 치솟고, 주식·원유·유로화의 가치는 하락했다. 세계 경제는 1분기까지는 선전했다.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로 주요 주식시장, 원유와 같은 상품 가격이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4월 들어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을 피하고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올해 상반기에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13.3% 올랐다. 미국 채권과 달러에 대한 선호도 높아졌다. 바클레이스 미국 국채 지수는 5.8%,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0.2% 상승했다. 달러와 함께 스위스의 프랑도 강세를 보여 달러화 대비 4.1% 인상됐다.

IBK 투자증권의 선성인 연구원은 “남유럽 재정 위기로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금 가격이 예상 외로 많이 올랐다”며 “하반기에는 투자 심리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금값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주식·원유·유로화 가치는 하락세였다. 파이낸셜 타임스 스톡 익스체인지(FTSE) 글로벌 주가지수는 상반기에 9.6% 하락했다.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27%나 떨어졌다. 재정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는 스페인의 주식시장도 22.4%나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에 국제유가(WTI 기준)는 4.3% 하락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품 가격의 하락이 경기 회복 지연의 또 다른 표현이란 점이다. NH 투자증권의 김종수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 지표가 부진하다고 판단되면서 2분기부터 주식시장이 하락세로 접어 들었다”며 “세계 선진국들의 수요 회복이 더뎌지고 중국의 수출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하반기 주식시장도 낙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타격을 입은 것은 유로화였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상반기에 14.3%나 추락했다. 연초 예상보다 훨씬 더 떨어진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전민규 연구위원은 “유럽의 정책 당국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고, 경제가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스페인 신용등급 하락,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로의 위기 확산 등 위험 요소가 남아 있기 때문에 유로화는 3분기 말까지 약세를 이어 갈 것”으로 전망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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