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전황 따라 중대 변화” … 퍼트레이어스, 철군 연기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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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최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으로 지명된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사진) 장군이 아프간 미군의 철군 일정 연기를 대통령에게 제안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 아프간 철군 시한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퍼트레이어스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 인준 청문회에서 “올해 말 아프간 전황에 대한 평가작업이 이뤄질 예정이며 이 결과를 토대로 어떤 변경이나 정교한 조정작업, 혹은 중대한 변화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내게 가감 없는 군사적 조언을 원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내 생각엔 아프간 현지에서 험난한 전투가 앞으로 계속될 것이고 향후 몇 달간 훨씬 강도가 강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프간 미군의 철군 시한 논쟁은 지난해 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내년 7월 아프간 주둔 병력의 철수를 시작하되 철군 속도와 규모는 현지 전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란 방침을 밝힌 뒤 계속돼 왔다.

공화당 등 보수 쪽에선 철군 시한을 설정한 것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다. 철군 시한이 적군에 힘을 불어넣고 아군엔 혼란을 가져올 뿐 아니라 전쟁 지지율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선 즉각 철군의 목소리가 크다. 칼 레빈(민주) 상원 군사위원장은 “탈레반 소탕전을 이끄는 주체가 외국군이 아닌 아프간군이란 사실을 주민들이 본다면 성공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며 신속한 작전권 이양을 촉구했다.

오바마는 지난달 스탠리 매크리스털 사령관을 경질하며 “아프간 주둔군 사령관 교체가 아프간전 정책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아프간전 전략을 고수하고 내년 7월 철군 시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순조로운 철군이 이뤄지려면 연합군의 대테러전이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지만 전황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퍼트레이어스는 그동안 아프간을 관할하는 중부군 사령관으로서 설화로 낙마한 매크리스털 사령관과 함께 아프간에서의 군사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탈레반을 비롯한 무장세력과의 밀고 당기는 군사작전 대신 탈레반 근거지에서 무장세력을 몰아내고 지방정부를 세운다는 게 새로운 전략의 핵심이다.

매월 아프간에 70억 달러(약 8조5000억원)의 전쟁비용을 쏟아붓는데도 전황이 개선되지 않는 데 대해 여론은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아프간 사령관 교체를 계기로 아프간 미군 철수 시한이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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