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게이트'수사 정점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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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달째 도피 중이던 김희완(46)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검거됨에 따라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과정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붙고 있다. 金씨는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구속)씨와 평소 호형호제하며 대통령 3남 김홍걸(구속)씨를 배경으로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대가를 챙겨온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난 상태다.

金씨는 전직 정치인 출신으로 여권 실세였던 권노갑(구속) 전 의원의 비서로도 일했고,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 캠프에서도 일한 바 있다. 최규선 게이트의 핵심 의혹들에 깊숙이 개입한 데다 여야를 두루 넘나들며 마당발 로비를 펼친 인물이어서 정치권으로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金씨는 한나라당 윤여준 의원을 통해 이회창 전 총재의 방미 비용으로 최규선씨 돈 20만달러를 줬다고 폭로한 장본인으로 지목받고 있어 파장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金씨는 일단 이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이 확인한 金씨의 혐의는 특가법상 알선수재다. 지난해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대형병원들의 의약품 납품비리를 수사한다는 사실을 최성규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으로부터 전해듣고 차병원 원장에게 접근해 수사 무마 명목으로 현금 1억5천만원과 계열사인 차바이오텍 주식 14만주를 받은 부분이다.

검찰은 일단 金씨를 이 혐의로 사법처리한 뒤 여죄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향후 수사에서 검찰은 金씨가 2000년 8월 최규선씨와 함께 타이거풀스 송재빈 대표를 만나 대가를 받기로 약속하고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과정에 개입했는지를 집중 조사한다.

최규선씨를 고발한 전 비서 천호영씨는 "金씨와 홍걸씨 및 최규선씨가 지난해 4월 말 송재빈씨로부터 주식 11만5천주를 받아 함께 나눠가졌으며, 서울 르네상스 호텔에서 최규선씨가 받은 10억원짜리 수표도 나눠가졌다"고 주장해 왔다.

홍걸씨와 최규선씨는 宋씨에게 청탁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업권을 선정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일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 부분 수사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金씨를 상대로 여권 실세나 정부 고위층 인사 등을 통해 타이거풀스가 사업권자로 선정되도록 압력을 행사했는지를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金씨는 대원SCN에서 최규선씨가 받은 10억9천만원 가운데 1억원 이상을 홍걸씨 차 트렁크에 직접 전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金씨의 도피과정에 대학 후배와 선거운동을 도와줬던 20년 지기인 朴모씨 등이 개입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평소 교분이 있던 정·관계 인사들도 金씨 도피를 도와줬는지에 대해 추궁하고 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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