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걸씨 주역인가 조역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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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홍걸씨는 '최규선 게이트'의 주역인가, 조역인가.

아직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과정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홍걸씨의 역할이 분명하게 드러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홍걸씨 영장을 보면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42·구속)씨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김희완(金熙完·46·체포영장 발부)씨가 타이거풀스·대원SCN의 이권에 개입하는 데 배경 역할을 한 것으로 돼 있다.

영장에 따르면 崔씨는 2000년 8월 타이거풀스인터내셔널(TPI)대표 송재빈(宋在斌·33·구속)씨를 만난 자리에서 주식 10만주를 요구했다. 주식을 미끼로 끈을 맺어야만 홍걸씨를 움직여 사업권을 딸 수 있다고 宋씨를 설득했다는 것이다.

이에 宋씨는 사업권자로 선정되면 TPI 주식 6만6천주와 TPI 계열사 주식 4만8천주의 투자기회를 홍걸씨에게 주기로 약속했고, 지난해 4월 그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崔씨와 金씨가 자기들 몫을 요구하면서 이들에게 건너간 TPI 주식은 11만5천주로 늘어났다고 검찰은 밝혔다.

홍걸씨가 기업체 대표들과 직접 만나 이권청탁을 받은 경위도 비슷하다.

崔씨가 대원SCN 관계자들을 접촉해 이권청탁과 함께 모두 10억9천만원을 받았고, 이중 대가성이 인정된 4억3천여만원 가운데 홍걸씨에게 2억원이 건너갔다.

이 과정에서 홍걸씨는 崔씨의 주선으로 2000년 7월과 11월 두차례 대원SCN 박도문 회장을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홍걸씨의 영장 내용만으로 보면 최규선·김희완씨가 대상 기업체를 물색, 접촉한 뒤 홍걸씨를 배경으로 내세워 이권사업과 관련해 대가를 챙긴 뒤 셋이 나눈 것이 된다.

그러나 특히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챙긴 주식의 규모에서 홍걸씨가 가장 크고 그가 적극적으로 기업체 관계자들을 만난 점으로 미루어 홍걸씨가 단순히 崔씨 등의 호가호위(狐假虎威)에 놀아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특히 이들이 기업체들을 접촉하기 시작한 2000년 7~8월은 알 왈리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가 1억달러를 투자해 崔씨·홍걸씨 등과 공동으로 설립하려던 벤처기업이 주변의 만류로 무산되면서 "2년 뒤 다시 시작하자"고 했다는 시기와 일치해 적극적인 자금 마련 공모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시각도 유력하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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