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 상점'장사 잘 된다 <Shop & Shop>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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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1999년 11월 서울 노량진에 문을 연 피자 전문점 '피자맥'의 매장 한 켠에는 커피전문점 '이디야'가 붙어 있다.

피자를 먹고 난 고객이 약간 느끼함을 느껴 커피를 마시고 싶어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지난해 4월 매장을 만든 것이다.

예상은 적중했다.커피 전문점이 생기자 피자 매출액이 30% 이상 늘어났다.

서로 다른 제품을 판매하는 두 매장의 통합 효과를 노리고 점포를 나란히 붙여 놓는 이른바 '숍앤숍(shop & shop·짝꿍상점)'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피자맥 관계자는 "두 매장이 고객을 서로 끌고 당기는 '쌍끌이' 효과를 낳고 있다"며 "피자 고객이 커피 매장을 들르기도 하고 커피만 마시려 왔다가 피자까지 사먹는 고객도 많다"고 말했다.

나이키 스포츠 코리아는 최근 캐주얼 의류 전문매장 'F2'를 출범시키면서 기존의 나이키 매장과 문을 나란히 설치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똑같은 나이키 제품이지만 F2의 경우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낮다보니 '나이키'라는 브랜드의 후광 효과를 보게 하려는 것이다.

나이키 관계자는 "서울 잠실과 신사동에 두개 매장을 열었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며 "간판을 따로 달고 출입구도 다르게 나 있지만 내부에서는 두 매장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해 차별성과 통합성을 동시에 높였다"고 말했다.

㈜파리크라상도 서울 광화문에 베이커리 전문점 '파리바게뜨'와 커피 전문점 '세가프레도' 매장을 나란히 열어 통합 효과를 보고 있다.신생 브랜드여서 인지도가 낮은 세가프레도가 파리바게뜨의 명성 덕을 보고 있는 셈이다.

㈜아모제는 패밀리 레스토랑 '마르쉐'와 중국 음식점 '엉클윙스' 2개점을,풀무원은 이탈리아 음식점 '브르스케타'와 국수 전문점 '엔즐' 1개점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숍앤숍 마케팅이 성공리에 확산하는 반면 큰 매장 안에 작은 매장을 별도로 만드는 이른바 '숍인숍(shop in shop)'은 매출을 서로 끌어올리는 효과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알코리아는 아이스크림을 파는 '배스킨라빈스'와 도너츠를 파는 '던킨 도너츠'를 한 매장에 입점시킬 경우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1990년대 중반부터 숍인숍을 확대했다.

그러나 최근 매출 추이를 분석한 결과 각각 단독으로 있는 매장에 비해 매출증대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현재 26개인 숍인숍 매장을 더 이상 확대하지 않고 있다.

햄버거(버거킹)와 치킨(KFC)을 한 매장 안에 설치해 본 ㈜두산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서울 잠실운동장과 청량리 두 곳에서 버거킹과 KFC를 함께 입점시켰으나 매출증대에는 별 도움이 안됐다.

두산 관계자는 "두 브랜드가 모두 햄버거와 치킨류를 판매하는 데다 독립적인 판촉활동이 쉽지 않은 게 단점"이라며 "임대료를 낮추고 공용면적을 줄일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숍인숍 매장을 냈지만 단독 매장보다 매출이 특별히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제일제당은 최근 베이커리 뚜레쥬르와 커피 전문점 '모닝햄'을 숍인숍 형태로 냈다.

제일제당 관계자는 "숍인숍이라고 무조건 두 매장의 통합효과가 없다고 볼 수 없다"며 "두 매장의 간판을 어떻게 내걸고 제품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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