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침울…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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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홍걸씨가 16일 검찰에 들어가면서 "부모님께 면목이 없습니다"라고 말할 때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내외는 청와대 관저에 있었다. 金대통령의 표정은 참담했고, 다른 방에 있던 이희호(姬鎬)여사는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金대통령은 취임 초 국민과의 대화에서 "친인척 관리를 철저히 하겠으니 나에게 맡겨 달라"고 장담했다. 1997년 당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겐 "김현철씨 문제의 가장 큰 책임은 아버지에게 있다"고 공격했다.

여사는 이날 저녁 '주한 미국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실업 가정 자녀들을 위한 후원행사에 참석하기로 돼 있었으나 이를 취소했다. 사실상 구속을 의미하는 막내 아들의 검찰 소환 충격을 감당키 어려웠기 때문이다. 金대통령은 홍걸씨 소환 직후 본관으로 이동해 중소기업특별위원회로부터 올해 마지막 부처 업무보고를 받았다. 金대통령은 평소처럼 꼼꼼히 준비한 노트를 참고하며 30분 가량 발언했다.

박선숙(朴仙淑)대변인은 "대통령은 아들들 주변의 문제로 국민에게 걱정을 끼친 데 대해 죄송하다고 거듭 말한 바 있다"며 "대통령 내외는 차분한 심경으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대통령은 어떠한 경우에도 흔들림 없이 국정에 전념하고 챙기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金대통령은 둘째아들 홍업(弘業)씨에 대한 사법처리 문제까지 매듭된 뒤 대국민 육성 사과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홍일(金弘一)의원은 지구당인 목포에 있다가 이날 아침 상경하면서 "검찰청사에 나가 막내(동생)가 출두하는 모습을 봐야겠다"고 했으나 보좌진이 극구 만류했다고 한다.

金의원은 서교동 자택에서 두문불출했다. 그는 적절한 시점에 대통령의 장남으로서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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