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개혁 10년 프로그램 짜자…군 안팎 “쉽게 말 꺼내지 못하는 부분 어젠다로 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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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상우 “위원들, 중앙일보 기사 읽어라”
이석수 “군 부족한 부분 공론화 돋보여”

국방 관계자들은

현 정부의 국방 개혁 작업을 맡고 있는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위원장 이상우)와 국방부 국방개혁실, 천안함 사건 후 대통령 직속으로 구성된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는 특히 중앙일보 시리즈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해외 출장 중인 이상우 위원장(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의장 겸임)은 “중앙일보의 기획기사를 스크랩해 위원들에게 숙독하도록 지시했다”고 위원회 관계자가 말했다. 본인도 출장 후 업무에 참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군 개혁을 위해 국방부에 파견됐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개혁 성향이 강한 민간 출신의 장수만 국방부 차관도 “평소에 생각하던 부분이 기사화된 것 같다”며 “군 발전을 위한 개혁을 위해 함께 고민해 보자”고 말했다. 홍규덕 국방개혁실장은 “개혁을 실행하는 입장에서 주의 깊게 보았다”며 “알면서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는 부분들을 어젠다로 제시했고, 군의 개혁에 필요하고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다”고 평가했다.

국방부와 군 내부에서도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6·25전쟁이 발발한 지 60년이란 시간이 흐르며 각 군마다 역사와 전통이 확립돼 통합에 힘든 요소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통합군을 논하기 이전에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이 먼저 이뤄져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큰 틀에서 중앙일보의 어젠다에 대부분 공감하지만 보다 세부적인 부분을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석수 국방대 교수는 “ 10년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강한 군을 만들어가자는 기획의 취지에 공감한다”며 “군의 부족한 부분을 공론화하고 대안을 제시한 시도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원유철 “국방 개혁 지혜 모으는 계기”
박지원 “5대 분야 체계적 대안 제시”

정치권에선

여야 정치권은 ‘군 개혁 10년 프로그램을 짜자’는 시리즈에 대해 “시의적절한 기획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다양한 제언을 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한나라당 원유철 의원은 “천안함 사건 이후 군 기강, 안보태세 점검, 국민의 안보의식 고취 등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며 “중앙일보가 적절한 시점에 군 개혁의 시급성을 지적하고 많은 전문가의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군의 특수성과 안정성을 고려하면서 지혜를 모으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위원인 한나라당 김동성 의원은 “합동성에 대한 지적에 공감한다”며 “다만 3군 사관학교 통합은 부작용도 있을 수 있으니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방안보 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깊이 있는 기획이었다”며 “천안함 사건 이후 표피적인 대응만 거론되던 시점에 다섯 가지 분야로 나뉘어 체계적인 대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특히 국방위 민주당 간사인 안규백 의원은 본지에 ‘중앙일보의 국방개혁 5대 제안은 만시지탄이지만 국가 안보를 바로 세우기 위한 검토 의제’라는 내용의 글을 보내왔다. 안 의원은 이 글에서 “국방 개혁은 미래의 눈으로 현재를 보는 것”이라며 “국방 개혁의 기반이 되는 철학과 일관된 지침에 대한 합의부터 우선 도출하자”고 제안했다.

청와대와 외교부·국방부 등 정부 외교안보라인에서 일하는 관계자들도 시리즈와 관련해 여러 의견을 보내 왔다. 특히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선진화추진위나 총괄점검회의 등에서 혹시 빼먹고 있는 게 아닌지 시리즈를 매일 읽었다 ”고 말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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