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개 기업의 닷컴 경영 현장 리포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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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닷컴들이 생겨나고 사라졌다. 신화를 꿈꾸며 의욕적으로 출발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다.

혹자는 인터넷 거품론을 제기하며 인터넷 관련 비즈니스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터넷은 이미 모든 기업 활동의 중심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내부 직원간의 의사소통은 물론 기업간 거래 및 마케팅 활동 등이 인터넷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터넷은 겉만 번지르르한 필요악에 불과한 것인가. 아니면 성공 비즈니스를 일궈가는 데 필수불가결한 도구인가.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변화·혁신 전략의 대가인 로자베스 모스 캔터는 신작 『불독과 립스틱』(원제 eVolve)을 통해 이런 궁금증을 풀어줄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캔터는 인터넷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인터넷을 통한 성공은 준비된 자만의 것이라는 평범한 상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리고 올바른 준비를 위해 인터넷 사회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와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1983년 『변화의 달인』(원제 Change masters)이라는 저서를 통해 기업의 전략을 '변화'라는 본질적 주제로 확장시켜 그 부분의 '그루(스승)'로 떠오른 바 있다.

따라서 『불독과 립스틱』은 기업의 변화전략을 인터넷 세상이라는 사회문화적인 환경 변화의 연장선에서 전개하고 있다. 저자가 주장하는 변화의 덕목은 전작과 상당 부분 일관성을 유지한다.

맹목적 새로움과 과거와의 단절만이 가치있는 것으로 치부되던 '버블 시기'의 책자들에 비하면 오히려 신뢰감을 준다.

저자가 "나는 사이버 공간이 다시 바퀴를 원래대로 돌리고 있는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고 고백한 데서, 인터넷 확산으로 변화의 회오리가 아무리 크다 할지라도 그 중심에 있는 핵은 전통 가치와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대가의 자존심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캔터의 논리는 전세계 7백여개 기업을 탐방조사해 다양한 사례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인터넷이 가져다 주는 다양한 도전의 실체를 소개하며, 2부는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의 인터넷의 의미를 분석하고 e-문화를 경영에 실천하기 위한 원칙들을 제시하고 있다. 3부는 조직 전체에 변화를 일으키는 방법, 그리고 인터넷 세상이 요구하는 인재가 되기 위한 자질과 이를 배양하는 방법 등을 알려주고 있다.

이영진<컨설팅사 액센추어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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