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도 웃는 3인의 走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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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완주한 최병렬(崔秉烈·(上))·이부영(富榮·(中))·이상희(祥羲·(下))후보는 한결같이 경선 결과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경선엔 졌지만 유·무형의 소득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崔후보측은 "이회창 이후엔 결국 최병렬이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평가했다.'보수 원조'라는 명망가 수준을 넘어 전국적 지명도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득표는 18.3%에 불과하지만 "이회창 후보 지지자의 성향은 崔후보의 지지자와 비슷하므로 입체적으로 따지면 이회창 후보 표까지 합친 게 우리 표"라는 게 자체 평가다. 9일 마지막 서울 경선에서 34.5%나 얻은 것도 만족스럽다. 그러나 "이회창을 통해 정권교체하자"고 외치던 그가 느닷없이 출마해 '기회주의적'이란 지적도 나왔다.

이부영 후보측은 '개혁 전도사'의 위치를 굳혔다고 자평했다. 소장 개혁파의 당내 입지를 확립하고, 자신은 개혁파 리더의 자리매김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후보는 "당내에 변화와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킨 게 성과"라고 말했다.

이회창 후보와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재정립하고 지명직 최고위원 후보로 자연스레 거론되는 배경이 됐다. 경선 초반에만 해도 대의원들은 "지명직 최고위원을 노린 들러리"라는 의심에 찬 눈길을 보냈다.

이상희 후보는 만담이나 퀴즈를 활용한 유세와 토론으로 TV시청자와 네티즌 사이에 '이상희식 화법과 개그'를 회자시키는 등 관심을 모았다. 그는 "득표율은 빈약했지만 장기적으로 과학기술 정치인의 상표를 알리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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