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최규선씨 불러 녹음테이프 수사 "홍걸씨 3億 줬나" 집중 추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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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청와대 비서관과 국가정보원 직원 등이 지난달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구속)씨를 해외로 밀항 도피시키기 위해 수차례 대책회의를 했다는 내용 등이 담긴 崔씨의 육성 녹음테이프(본지 5월 7일자 1,4,5면)에 대해 검찰이 7일 수사에 착수했다.

최규선씨의 이권 개입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車東旻)는 이날 崔씨를 불러 이만영(萬永)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최성규(崔成奎·미국 도피중)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국정원 관계자 두명의 대책회의 내용과 도피 권유 여부를 조사했다.

<관계기사 3,4면>

이와 별도로 검찰은 테이프를 보관해온 崔씨 측근을 통해 문제의 테이프 3개를 입수, 내용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만영 비서관도 조만간 재소환,▶실제로 대책회의를 했는지▶국정원 직원 두명이 참석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 파견 근무 중인 국정원의 간부급 인사들이 회의에 참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만 이들은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崔씨를 상대로 김홍걸(金弘傑)씨에게 1백만원권 수표 3백장(3억원)을 줬다는 주장의 진위 여부와 함께 돈을 준 배경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崔씨에게서 "김홍걸씨에게 수표로 돈을 줬는데 추적을 피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니 (나에 대한)검찰 소환을 늦춰달라"는 요청을 받은 김현섭(金賢燮)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불러 접촉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崔씨가 김홍걸씨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한 3억원에 대한 추적을 피하려고 했던 점으로 미뤄 이권 사업과 연결된 돈인지를 계좌추적 등을 통해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2000년 7월 유상부(常夫) 포스코 회장이 김홍걸씨와 최규선씨 등을 만나 벤처사업 등을 논의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회장과 崔씨측의 연결 역할을 한 포스코개발 조용경 부사장 등을 조만간 재소환키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4월 포스코 계열사들이 崔씨 부탁을 받고 타이거풀스 주식 20만주를 시가보다 비싸게 매입한 것이 이들의 만남과 연관성이 있는지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이날 최규선씨를 ▶2000년 7월부터 대원SCN에서 경남 창원시 아파트부지 고도제한 해제 청탁과 함께 4억3천여만원을 받고 ▶지난해 2월 의사·제약회사간 리베이트 수수 사건과 관련한 경찰청 수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차병원에서 1억5천만원과 벤처기업 차바이오텍 주식 14만주(7천만원 상당)를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崔씨는 차바이오텍 주식 14만주 중 4만주(2천만원 상당)를 최성규씨에게 줬으며 나머지 주식과 현금은 김희완(金熙完·수배중)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나눠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김원배·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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