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들의 생생토크 ⑦·끝 호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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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영어권 국가 중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와 안전한 치안으로 한국 학생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유학지다. 지난 22일 조안나(24·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졸) 이효성(26·University of Sydney 졸) 한아름(24·Macquarie University 졸)씨를 만나 생생한 호주 유학 경험담을 들었다.

현지 편입제도 활용해 유학기간 줄여

 조안나(이하 조): 호주도 다른 영어권 국가와 마찬가지로 한국보다 고교까지 학제가 1년 더 길다. 한국에서 고교를 졸업한 학생이 호주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선 1년간 파운데이션(Foundation Studies: 대학예비과정)코스를 거쳐야 한다. 이 코스를 마친 뒤엔 별도의 영어시험 없이 코스 성적에 따라 대학에 진학한다.

 이효성(이하 이):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가는 경우라면, 영어실력이 부족해도 유학기간을 줄여 학사과정을 이수하는 방법이 있다. 내 경우, 호주대학 학사과정에 입학하기 위해선 IELTS 6.5점이 필요했는데 5.5점을 받았다. 자칫하면 1년을 허비해 영어공부를 해야 할 상황이었다. 이때 각 대학마다 연결된 IBT(Institute of Business and Technology) 코스를 1년~1년 6개월 가량 성실하게 수료하면 연계된 대학에 2학년으로 편입할 수 있는 제도(Pathway)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요구하는 영어점수가 5.5점 이어서 나도 입학할 수 있었다. 이를 활용해 1년 뒤엔 정규 학사과정으로 미리 입학했던 학생들과 똑같이 시드니대학(The University of Sydney) 2학년으로 편입했다.

 조: 지리적으로 인접한 뉴질랜드와의 학사 연계도 잘 짜여져 있다. 중학교 3학년 때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 그곳 고교를 졸업했다. 미국은 SAT시험을 따로 준비해야 하는 반면, 호주 대학엔 뉴질랜드 수능시험격인 NCEA 성적으로 바로 지원할 수 있었다.

총 대학 수 39개…순수학문 학사기간 3년

 한아름(이하 한): 호주의 명문대는 한국 대학교 보다 쉽게 입학할 수 있는 편이다. 하지만 입학보다 졸업이 훨씬 어렵다. 또 전체학부가 다 우수하다기보다 전공에 따라 유명한 대학이 있다. 예를 들면 시드니대학은 의대와 법대, NSW(University of New South Wales)대학은 건축학과가 유명한 식이다. 전공에 따라 학사기간에 차이가 있다. 법학(4년)이나 건축(5년), 의학(6년)계열은 한국과 유사하지만 인문·자연계열 등의 학사기간은 3년이다.

 이: 전국의 총 대학 수가 39개로 한국에 비해 매우 적다. 이 중 시드니대·호주국립대(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를 포함한 8개 대학을 8대 명문대(group of eight)라 부르고, 주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하지만 한국처럼 대학 서열을 중요시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조: 수업은 토론식으로 이뤄진다. 교수는 지도하기보다 학생들간의 토론을 독려하고, 이를 발전시키는 중재자 역할을 한다. 발표수업과 팀별로 주어지는 과제를 수행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졸업이 어려워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 내 경우 학사기간 3년 동안 140학점을 이수하며 정말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공부했다.

 한: 한국에서 유학을 준비할 때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 말하기 연습을 하느라 쓰기(Writing)연습을 소홀히 했다는 점이다. 어학연수가 아니라 대학에서 공부하는 유학을 목표로 한다면 말하기보다 쓰기를 준비해야 한다. 회화실력은 현지에 오면 금방 향상된다. 하지만 매일 작성해야 하는 에세이와 발표자료 준비는 문법을 바탕으로 한 쓰기실력이 중요하다. 대학 교수는 학생이 외국인이라는 점을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다. 영어가모국어인 현지학생들과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단어와 문법 등 모든 면에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가 최대 단점

 조: 미국, 영국, 캐나다 등 다른 영어권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학비용이 저렴하다. 그러나 대학 수준은 그에 못지 않다. 호주국립대나 시드니대·멜버른대는 세계대학 순위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 등록금 자체는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다. 호주시민권을 가진 학생에 비해 3배 가량을 더 내야 한다. 대개 1년에 한화 2000만원 내의 등록금이 든다.

 이: 한국에서의 인지도가 낮은 것이 최대 단점 중 하나다. 한국의 취업 관계자들이 아직까지 호주 대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내가 졸업한 시드니대학은 호주 8대 명문대 중 하나고 세계적으로도 뒤지지 않는 좋은 학교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영어권 대학을 졸업한 정도로만 알아준다. 호주 현지나 외국에서 취업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귀국 전부터 꼼꼼하게 토익점수와 자기소개서 등 한국식 스펙을 쌓을 것을 권한다.

 조: 호주 대학은 취업을 위한 실용적 학문보다는 순수학문의 발전과 관련된 연구를 위주로 한다.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의 경우 호주현지에서 취업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에 입사하거나 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식으로 성공적으로 진로를 개척하는 유학생들이 많다.

[사진설명] 다른 영어권 국가보다 유학비용이 저렴한 반면, 대학수준은 우수하죠.” 이효성·한아름·조안나씨(왼쪽부터)가 호주 유학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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