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환상의 버디쇼' 2위와 4타차 완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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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1타 차의 불안한 선두.

'이방인'에게 우승을 내줄 수 없다는 듯 데이비드 톰스 등 다섯명의 미국 선수들은 맹추격해 왔다.

첫 우승에 대한 예감은 중압감이라는 독소를 뿜어내게 마련이다. 그러나 최경주는 예외였다.

마이크 스포사가 8번홀(파3)에서 칩샷을 홀컵에 넣는 행운의 버디로 공동 선두로 따라붙자 최경주는 7번홀(파4)에서 바로 버디로 반격했다. 추격자들은 차례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승부의 분수령은 11번홀(파5)이었다.최경주가 11번홀 그린 주변에서 시도한 어프로치샷은 핀을 지나쳐 6m나 굴러내렸다. 거리도 멀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뒤섞인 까다로운 라이였다. 그러나 최경주는 이 퍼트를 성공시켜 버디를 잡아냈다. 2위 그룹과 2타 차로 벌어졌다.

자신감이 붙은 최경주는 13번홀(파4)에서 세컨드샷을 핀 1m 위쪽에 떨궈 한개의 버디를 추가했다.

16번홀에서는 그야말로 신기(神技)의 아이언샷을 선보였다. 1백24야드 지점에서 피칭웨지로 친 세컨드 샷은 그린 에지에 떨어진 뒤 돌판처럼 단단한 그린 위를 굴러 홀컵 언저리에 볼이 일부 걸친 상태로 멈춰섰다. 경쟁자들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린 버디였다.

최선수는 17번홀(파3)에서도 1온에 실패하고도 그린 뒤편 10여m 지점에서 환상적인 칩샷을 구사해 또 한번 버디를 낚았다. 2위 그룹과 무려 5타 차이.

최경주는 사실상 우승이 확정된 뒤에 맞은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만 보기를 범했다. 완벽한 플레이 끝에 따낸 완벽한 우승이었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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