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TV프로 달라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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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내 출판계에서 책 선정 TV프로그램에 변화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저명 토크 쇼 진행자인 오프라 윈프리(사진)가 매달 1회 해오던 '오프라의 북 클럽' 프로그램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데 영향을 받은 것이다.

'오프라의 북 클럽'은 외부 독립 제작사가 제작해 30여개 TV 방송사에 공급하는 신디케이션 프로그램으로 1996년 시작됐다. 윈프리가 매달 한권의 우수 도서를 선정, 저자를 초청하거나 시청자들과 독후감을 얘기하던 것으로 '베스트 셀러 제조기'로 불릴 정도로 파급 효과가 컸다. 이 결과 진행자인 윈프리는 출판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혔다.

윈프리는 이달 초 이 프로그램 폐지를 선언하면서 "더 이상 소개할 만한 책을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지난해 9월 미 소설가 조너선 프란젠이 "작품이 상업적 목적에 이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출연을 거절했던 것. 이는 '오프라의 북 클럽'방송 이래 처음으로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경우 이를 '2001년 미국 대중문화 5대 뉴스'에 선정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다른 하나로 방송인인 윈프리가 비로소 출판시장을 이해하게 됐다는 지적이 많다. 자신이 지난해 초 여성잡지 'O'의 발행인이 되면서 시각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그가 남들이 비판하는 '오프라 타입', 즉 자신의 취향에 맞는 도서를 좋은 책으로 일반화하는 것의 문제점을 뒤늦게 인식했을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이같은 현상은 국내 MBC가 '!느낌표'에서 펼치고 있는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에도 거의 흡사하게 적용된다. 우선 프로그램에 소개된 책은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순위를 휩쓸었다.이익금의 사회 환원 개념도 같았다. 방송 매체가 책 이야기를 안방 깊숙이 흘려놓은 점은 독서운동의 측면에선 획기적인 일이었다. 미국의 경우 1백20만부, 우리의 경우 50만부 이상 팔려나가기도 했는데 우리의 경우 종이가 없어 책을 못 찍는 일도 벌어졌다.

책 시장 확대와 그 시장의 왜곡이라는 찬사와 비판이 동시에 쏟아졌다. 논쟁은 거듭됐지만 해답을 찾긴 어려웠다.

이에 출판계는 이번 윈프리의 선택에서 어떤 힌트를 얻어야 한다는 지적들이다. 한 출판사 대표는 "KBS의 'TV, 책을 말하다'처럼 프로그램을 연예·오락이 아니라 교양적 성격으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허의도·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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