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발 알루미늄 합금 첫 국제공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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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강하면 부러진다'는 속담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

강도가 높으면서도 잘 늘어나고 휘어지는 알루미늄 합금이 국제 공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료공학과 남수우(南壽祐·62) 교수가 개발한 이 합금은 국내 최초로 세계알루미늄협회에 공식 등록돼 고유번호를 받았다.

국제 공인을 받으려면 ▶기존 합금과 전혀 다르고▶1년 이상 생산돼 실제 사용된 실적이 있어야 한다.

南교수의 합금은 방호시설용으로 제격이다. 이 합금으로 다리 난간을 만들면 차량이 난간을 들이받을 경우 승객은 충격을 덜 받는다. 또 난간의 강도가 높아 끊어지지 않기 때문에 차가 다리 아래로 추락할 확률이 줄어든다.

LG전선은 이 합금을 2000년부터 양산, 부산 국제여객선터미널 울타리와 남구미대교 난간 등에 사용했다.

南교수는 "6공화국 때 경량 장갑차 개발에 참여하면서 합금에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당시 유럽의 방탄 알루미늄 합금을 들여와 장갑차를 만들었는데 합금을 잘못 다뤄 용접 부위가 쩍쩍 갈라졌다. 南교수는 원인을 분석해 달라는 국방 당국의 의뢰로 연구하다 원인을 발견하고 유럽식 방탄 합금도 만들어냈다. 하지만 개발 초기 그 합금을 양산하는 시설을 갖춘 국내 업체는 전혀 없었다.

南교수는 "양산할 수 있는 알루미늄을 만들어보자는 오기로 수년간 연구한 끝에 새 합금의 개발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 합금은 군산·광양항의 항만 울타리에도 납품될 예정이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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