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자활 돕는 1급 장애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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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장애인 친구들이 자활훈련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결혼해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세상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강원도 원주시에서 장애인 공동체인 '작은 집'을 운영하고 있는 강복희(姜福姬·39·여)씨.

자신도 심한 장애인(정신지체 1급)인 姜씨는 요즘 희망에 부풀어 있다. 작은 집에서 함께 생활해 온 '식구'들이 자활의지를 꽃피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집의 김성기(30·지체장애 1급)씨는 1992년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연세대(원주 캠퍼스) 경영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며, 필리핀에서 6개월간 어학연수를 하고 최근 돌아왔다. 심인옥(21·정신지체 2급·여)씨 등 2명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신재웅(34·지체장애 2급)씨는 올해 검정고시를 치렀다.

姜씨는 1989년 '작은 집'을 만들었다. 가정과 장애인 시설 등 어디서나 천덕꾸러기로 여겨지는 장애인끼리 혈육 이상의 사랑을 느끼고 자활해 보자는 뜻에서였다. 이 공동체는 지난해 그룹홈 설치신고를 마쳤고 올해부터 행정기관의 지원을 받고 있다.

姜씨는 이 집의 가장 노릇을 톡톡이 했다. 집을 처음 꾸릴 때는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다툼이 있었지만 그의 사랑과 보살핌으로 이내 어려움을 극복했다.

그는 "식구들을 위해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에 가는 게 가장 즐거운 일과 중 하나"라며 "사회 적응훈련의 하나로 모두 힘을 합쳐 매일 식사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식구들의 구직활동에도 적극성을 보인 姜씨는 제3회 강원도 장애인 복지대상의 '자랑스런 장애인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19일 오전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춘천=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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