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경선서도 이변 나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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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의 복음(福音)이나 다름없던 '이회창(李會昌) 대세론'이 마침내 내부의 도전에 직면했다.

2일 이회창 의원은 총재직을 사퇴했고, 박관용(朴寬用) 총재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했다.중앙당 운영위는 총재 1인지배체제의 종언을 알리는 당헌·당규를 통과시켰다. 그러나 정작 관심은 당내 대선 후보 경선이 보다 흥미롭게 됐다는 데 모아졌다. 우선 보수파 중진 최병렬(崔秉烈)의원이 출마의사를 밝혔다. 개혁파로 비주류인 이부영(李富榮)의원도 출마 기자회견을 했다. 이상희(李祥羲·전국구)의원은 4일 출마선언을 한다.

崔의원은 얼마 전까지 "우리 당엔 (대선 후보로) 이회창밖에 없다"고 했던 사람이다. 자신은 당권을 노렸다. 그런 그가 이날 李전총재에게 도전장을 냈다. 그는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고 한 李전총재의 만류도 뿌리쳤다.

崔의원은 당내에 팽배해 있는 위기의식이 경선에서 변화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

그동안 정권교체의 유일한 대안으로 믿었던 李전총재는 당 내분과 호화빌라 파문, 손녀 '원정출산'의혹 등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급속히 떨어진 지지율은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다. 반면 '노풍'(盧風·노무현 바람)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 노무현 고문은 李전총재보다 지지율에서 상당히 앞서 있다.

崔의원은 서울(강남갑)에 지역구를 갖고 있지만 盧고문과 같은 PK(부산·경남)출신이다. 산청 출생으로 부산고등학교를 나왔다. 그는 진보적인 盧고문과 달리 보수성향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될 경우 "영남을 지키고 '노풍'을 잠재울 수 있다"고 믿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부영 의원은 "이회창 의원에 대한 민심이 떠났으므로 후보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개혁 이미지를 내세울 작정이다. 경선을 보혁(保革)대결 구도로 몰고 가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李전총재는 총재직을 사퇴하면서 "희망(대선 승리)의 언덕이 보이고 있다"며 단결을 강조했다. 그의 측근들은 "崔의원 등이 경선에 나섬에 따라 민주당처럼 흥행성을 갖추게 돼 다행"이라고 여유를 보였다.

하지만 경선에서 이변이 벌어질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에 대해선 신경 쓰는 모습이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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