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경쟁력이다] 진주 바이오21센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미국에 샌디에이고가 있다면 한국엔 진주시가 있다." 경남 진주시 문산읍 삼곡리 '진주 바이오21센터'내 벤처기업 ㈜아미코젠은 요즘 대박의 꿈에 부풀어 있다. 신용철(44.경상대 생명과학부 교수) 대표 등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 5명의 박사가 설립한 이 회사는 최근 세계 최초로 게.새우 껍질 속에 함유된 키토산을 효소로 분해한 'D-글루코사민'을 개발했다. 이 물질은 연골재생 기능이 있어 노인성 관절염 치료제로 널리 쓰인다. 벌써 국내외 제약업체들의 주문이 밀려들면서 이 회사는 올해 매출목표 10억여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진주 바이오 21 센터에 입주한 ㈜아미코젠 연구진들이 새로운 항생제 제조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경남도와 진주시, 경상대 등 지역대학이 공동으로 250억원을 출자해 2002년 5월 문을 연 진주 바이오21센터가 2년여 만에 국내 바이오 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하고 있다.

인구 30여만명으로 제조업 비중이 10.6%에 불과한 만성적인 경기 침체지역이었던 진주시가 바이오 산업도시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자치단체의 아낌없는 예산 지원과 참여 대학들의 적극적인 기술지원으로 18개 입주 업체들의 고용과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 한국의 샌디에이고로=2000년 초 도민소득 2만달러 달성 목표를 세우면서 미래산업 발굴에 나섰던 경남도와 진주시는 미국의 대표적인 바이오 클러스터인 샌디에이고를 모델 삼아 진주를 한국의 샌디에이고로 키우기로 했다.


투자도 자치단체로는 버거울 정도로 과감하다. 지금까지 바이오21센터에 들어간 250억원 중 110억원을 진주시가 부담했다. 진주시의 연간 지방세 수입은 820억원. 이 가운데 시장이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300억원의 약 10% 이상인 40여억원을 해마다 털어 넣은 것이다.

바이오21센터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영석 진주시장은 "진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바이오 산업이라고 판단하고 전폭적인 예산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도와 진주시는 우수 바이오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전용펀드 100억원을 조성하고 생물산업 지원조례까지 만들었다.

◆ 절묘한 산.학 협동=이렇게 해서 2000년 말 산업자원부로부터 바이오 벤처기업 지원센터로 지정받은 뒤 2002년 5월 옛 진양군 농업기술센터 건물을 리모델링해 바이오 21센터 문을 열었다. 이후 1만여평에 시험생산동.벤처지원동 등 2개 건물을 추가로 지었다.

이곳에서는 자치단체들이 예산과 관리인력만 지원하고 운영은 대학교수들이 맡는다.

센터 내 벤처지원부.장비지원부.연구개발부.교육훈련부.정보유통부 등 5개 부서 책임자는 모두 경상대.진주산업대 교수들이다. 뿐만 아니라 대학교수 19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이 기술개발은 물론 특허.법률.경영 등을 지원해 준다. 사무실 임대료는 평당 5000~1만원으로 20평짜리 사무실을 월 10만~20만원에 사용할 수 있다.

입주업체들의 가장 큰 매력은 고가의 실험장비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곳의 실험장비는 모두 266종. 구입비만도 53억7000만원이 들어갔다.

㈜아미코젠의 노인성 관절염 치료제인 'D-글루코사민'도 이곳의 대형 발효조를 이용해 개발됐다. 일반 실험실의 발효조는 1t 미만이지만 이곳의 발효조는 5t으로 대용량이다.

이 회사 김영수 사업본부장은 "대형 발효조를 이용해 실험을 빨리 진행할 수 있었고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수 연구인력 유치를 위해 지난해 초 센터와 경상대 대학원이 협약을 맺고 생물소재공학과 석.박사 과정을 개설했다. 바이오 산업에 필요한 맞춤형 연구인력을 배출할 이 과정에 현재 7명의 연구원이 학비를 지원받으며 재학 중이다.

경남도 서춘수 미래산업과장은 "농업이 발달한 지역특성과 생명과학분야의 세계적인 연구력을 가진 경상대를 묶는 산학협동 체제를 가동하고 자치단체들의 예산지원이 보장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지역경제 효과=센터 가동 첫해인 2002년 12개 업체가 9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2003년 14개 업체가 156억원, 올해는 18개 업체가 245억원을 매출 목표로 잡고 있다. 종업원 수도 2002년 150명이었으나 현재 244명으로 늘어났다.

경남도는 바이오21센터 앞 4만5000평에 조성 중인 바이오 산업단지가 내년 말부터 본격 가동되면 고용인원과 매출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는 바이오 산업단지에 2010년까지 연간 매출 1000억원 이상 3곳, 200억원 이상 20곳 등 83개의 업체를 입주시킬 방침이다. 이 경우 연간 88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는 또 진주 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해 올해부터 2008년까지 기술개발(R&D)에 109억원, 인력양성 36억원 등 438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하영래(경상대 교수) 진주 바이오21센터장은 "지금까지 성과를 토대로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된다면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주=김상진 기자 <daedan@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