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즉흥성은 '하수의 법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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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프로기사의 기풍은 성격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인 정수현9단이 바둑스타일인 기풍과 성격과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프로기사 20명과 수련생들에게 다양한 검사와 설문을 실시했다.

월간 '바둑'지에 두차례에 걸쳐 연재한 이 조사결과에서 이창호9단의 기풍은 실리와 세력의 절충형이고 두터움을 좋아하며, 공격보다는 타개형이며, 강수보다는 정수를 추구하며, 수를 선택할 때 원리보다는 독창성을 즐기며, 문제를 해결할 때 영토와 전투의 중간을 좇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성격 조사에선 장고파인 목진석6단과 여류 김민희2단이 안정성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나타냈으며 목6단은 동조성도 가장 높게 나와 바둑 기술에서도 이론이나 원리에 따라 두려는 경향이 가장 높은 기사로 지목됐다.

전체적으로 프로기사의 충동성은 매우 낮았고 어린 수련생들도 충동성 지수가 일반에 비해 훨씬 낮게 나왔다. 바둑을 잘 두려면 일단 충동성이나 즉흥성이 낮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반면 여성기사들은 남향성(男向性)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바둑이 강한 여성들이 속에 남성적 기질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 것.

여성 최강자 루이나이웨이(芮乃偉)9단은 남향성이 78점으로 남편 장주주(江鑄久)9단의 70점보다 높게 나타났는데 이 점수가 높을수록 기풍은 공격적이고 전투적이 된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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