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차기 당대표’ 친이·친박·소장파 세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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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나라당이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전대)를 7월 14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개최한다. 친이계 4선 중진인 홍준표·안상수 전 원내대표가 각각 20, 21일 출마선언을 하는 등 당권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6·2 지방선거 후 이명박 대통령이 ‘세대교체론’을 강조함에 따라 이번 전대엔 친이계와 친박계, 그리고 40~50대 소장파 등 세 집단의 대결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친이계에서는 안상수 전 원내대표가 ‘주류책임론’, 홍준표 전 원내대표가 ‘계파화합론’을 내세우고 있다.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정몽준 전 대표도 출마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친박계에서도 복수 후보가 나온다. 3선의 서병수 의원이 출마를 결심했고, 재선 그룹에서는 이성헌·이혜훈·한선교 의원이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친박계에선 세 명의 재선 의원을 한 명으로 단일화하자는 논의도 하고 있다.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소장파에선 친이계 정두언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데 이어 4선의 남경필 의원이 20일 트위터 현장 중계를 통해 출마를 선언한다. 권영세·나경원 의원도 당권 도전을 검토 중이다. 지방선거 후 당·정·청 쇄신운동을 벌여온 초선 쇄신모임도 17일 비공개회의를 열어 김세연·배영식·홍정욱·황영철 의원 중에서 대표주자 한 명을 뽑아 출마시키는 방안을 논의했다.

◆“당 대표 되면 대통령에게 불편”=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6일 부산지역 친박계 초선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전대 불출마 이유로 “내가 당 대표가 된들 대통령에게 불편만 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날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의원 8명과 만난 박 전 대표는 “내가 당 대표가 돼도 당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미디어법, 쇠고기 수입, 세종시 문제 등에 대해 얘기하면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걸로 보이는 게 현실이다. 당 대표를 맡아 얘기를 하면 또 친이-친박 갈등으로 비친다”고 말했다. 특히 “한나라당 천막 당사 시절 국민에게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변하고 달라지겠다’고 호소했다. 그런데 지금 또 도와달라고 말하려니 차마 입이 안 떨어진다”며 “국민에게 면목이 없어 당 대표에 못 나가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이가영·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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