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신용회복 아직 갈 길 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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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의 하나인 무디스가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Baa2'에서 'A3'로 두 단계 올린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것도 신용등급 조정에 가장 보수적인 무디스가 앞장서 'A'등급으로 올린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덕분에 기업들의 차입비용이 절감되고 외국인 직접투자 및 증권투자 자금이 추가 유입돼 회복기에 접어든 우리 경제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디스의 이같은 상향조정은 우리의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건실한 거시경제 운용이 대외적으로 평가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대외신인도가 완전히 회복하기까지에는 갈 길이 멀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의 'A1'등급에는 아직도 두 단계가 못미치는 데다 무디스의 라이벌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현재로서는 우리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대치가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고는 하지만 무디스의 등급 상향조정 발표에도 증시 반응이 무덤덤했다는 사실 또한 주목을 요한다.

신용평가에서 'A'등급은 '적정한 채무이행 능력은 갖고 있으나 경제환경의 악화에 따라 이행 능력이 떨어질 수도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대외부채의 지속적인 감축에 힘입어 대외부문이 크게 안정되고 다원화된 경제구조로 세계적 경기침체 속에서도 역동성을 유지해 그 겉모양새는 대외적으로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내용적으로 내수진작과 국내소비 증가가 투자와 수출로 연결되지 않아 거품이 일고, 또 언제 그 거품이 꺼질지도 모를 불안이 뒤따르고 있다. S&P측이 신용등급을 올리는 조건으로 은행 민영화와 기업구조조정의 진전을 요구한 사정도 잘 헤아려야 한다. 신용등급이 올랐다고 들뜨거나 경제주체들의 긴장이 풀려서는 안된다. 이럴 때일수록 노동계의 파업이나 외환시장의 동요 등 돌발변수의 관리에 주력하고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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