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통하면 세계서도 통한다" 日벽걸이TV 한국行 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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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일본 샤프의 자회사인 한국샤프전자는 최근 PDP-TV(벽걸이TV)를 출시하면서 카탈로그를 다시 만들었다. 당초 공항·역 등의 안내판 용으로 마케팅을 할 계획이었으나, 올들어 가정용 수요가 크게 늘자 일반 소비자 대상의 카탈로그로 바꾼 것이다.

세계적으로 산업용 제품이 80%를 차지하는 것과 달리 국내에선 소비자들의 PDP-TV 구매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일본 전자업체들의 한국 진출이 본격화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소비증가율을 보이는 한국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기술력을 세계에 과시하려는 것이다.

◇한국 시장에서 경험한다=파나소닉·NEC 등이 이미 진출했고 최근에는 샤프·후지쓰 등이 신제품을 내세워 유통망을 정비하고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또 도시바는 다음달께 42인치와 50인치 제품을 한국 시장에 선보이고 6월에는 제품군을 32인치부터 60인치까지로 넓힐 계획이다. 산요 등도 곧 국내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후지쓰 PDP-TV 상품기획 담당 김용호씨는 "PDP-TV의 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가정용 시장을 개척하는 게 필수인데 한국 시장은 그런 측면에서 세계시장 진출에 필요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도시바 김재섭 부장은 "한국 시장은 아시아에서 중국·일본 다음으로 큰 데다 가정용 수요가 크게 늘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PDP-TV 시장 규모는 연간 2천대 수준에 불과했으나 올들어는 1분기에만 3천여대가 일반 소비자들에게 팔릴 것으로 예측됐다. 세계적으로도 가정용 시장 규모는 지난해 8만대 수준에서 올해는 24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맞대응 나선 국내업체=국내업체들은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대형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5년간 1조7천억원을 투자, 헝가리·중국 등 전세계 13개 공장에서 PDP-TV를 생산하는 범세계적 생산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LG전자도 지난해 구미 공장과 중국 공장에 생산시설을 설치한 데 이어 올 초부터 브라질에서도 PDP-TV 생산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두 회사는 최근 대형아파트를 지을 때 '빌트인(내장형)'방식으로 아파트에 PDP-TV를 설치하는 사업을 강화, 일본 기업의 진출에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외산의 경우 브랜드 인지도는 높으나 관세·물류비 때문에 가격이 비싸 국산제품 판매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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