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韓·日 파트너십 이루자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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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다섯달여 만에 다시 한국에 온다. 두달여 앞으로 다가온 한·일 월드컵의 안전하고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양국 정상 간에 우호협력 의지를 재다짐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이번 방한은 큰 의미가 있다.

나아가 더 큰 관심은 지난해 10월 첫 한국 방문을 통해 가까스로 복원해 놓았던 한·일관계의 진전상황을 토대로 양국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어떻게 확대 발전시켜 나가느냐는 데 있다. 1998년 '21세기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도 불구하고 양국관계는 일본측 망언과 한국측 과민반응의 악순환을 거듭하며 지금도 과거의 굴레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방한에 앞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양국간 왕성한 인적·경제적·문화적 교류를 통해 '일시적 대립'을 극복하고 우호협력관계를 구축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방한 중 한국문화 체험에 깊은 관심을 표명, 일본-백제간 교류 및 인연을 언급하는 등 관계개선을 위한 그의 노력은 두드러진다. 그러나 한·일 과거사에 나타난 대립의 경위와 배경을 놓고 어느 나라 역사에도 일시적으로 있을 수 있다는 식이라는 그의 역사인식은 우리로선 불만이고, 수긍하기도 어렵다. 한·일관계는 미국·영국과는 다른 '압제와 피압박'의 역사임을 간과해선 안된다.

이런 역사인식이라면 한·일 역사공동위원회의 역할과 기능 또한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 양국간 갈등 해소는 인적·물적 교류확대가 아니라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달아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문화개방 및 교류가 확대되고 투자협정에 이은 자유무역협정 추진 등으로 경제적인 뒷받침을 받을 때 진정한 미래지향적 협력관계가 열리게 될 것이다. 현안인 대북문제는 동북아 안정의 큰 틀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일본 경제의 구조개혁 또한 동북아 및 세계 경제의 불안해소 차원에서 적극 촉구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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