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타고 BMW·포르셰 등 주문 폭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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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대당 가격이 1억5천4백50만원인 뉴 BMW 745Li가 출시 10일 전부터 2백20대가 예약돼 회사도 깜짝 놀랐습니다. 고객들이 차를 빨리 달라고 해 비행기로 수송할 정도입니다."

BMW코리아 김영은 PR담당이사는 최근 '현금을 줄테니 새 차를 빨리달라'는 고객 성화에 못이겨 독일 본사에 '자동차 공수'를 요청했다.

처음으로 자동차를 비행기로 실어 오려다보니 각종 문제가 발생, 10일 이상 지연돼 이달 초에야 30여대가 도착했다. 다음주 60대가 더 비행기로 들어온다.

이 회사는 올해 신차의 국내 판매를 6백대로 예상, 물량을 맞췄는데 주문이 쇄도하자 1천대로 늘려 잡고 본사에 추가 주문했다.

이달 초 서울 강남 도산대로에 전시장을 연 스포츠카 포르셰는 일주일 만에 한국 배정 물량 30대 중 70% 이상의 예약을 끝냈다. 대당 가격이 1억6천만~2억1천만원인 이 차는 2인승에 최고시속 2백92㎞를 낸다.

포르셰를 수입하는 한성자동차 관계자는 "워낙 고가인데다 자동차 매니어만 타는 차라 30대도 팔기 어렵다고 예상했는데 연이은 주문에 독일 본사도 놀랐다"며 "상당수가 재계 자녀들이지만 성공한 40대 고액 연봉자도 있다"고 말한다.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이 6년 만에 다시 1만달러를 바라보는 가운데 저금리 등을 바탕으로 한 내수경기가 반짝하며 해외 명품을 비롯한 고가제품의 소비가 급속히 늘고 있다.

국산차도 3천㏄급 이상 대형차만 판매 신장률이 치솟고 있다. 현대차 에쿠스는 올 1,2월 2천3백4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 1천7백45대보다 32% 늘었다. 이에 비해 전체 자동차 내수는 5% 증가에 머물렀다.

백화점 명품 매출도 급증했다. 올 초부터 2월 말까지 롯데백화점 본점 해외 명품 매출은 1백8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백30억원에서 무려 41%나 늘었다. 한사람이 한번 물건을 살 때 지불하는 객단가도 지난해 8만1천원에서 올해 9만5천원으로 17.3%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 회사 정지영 판매기획팀장은 "올 들어 해외 명품의 30% 이상이 물량이 달려 고객 대기 리스트까지 작성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 소비트렌드 담당 최순화 박사는 "저금리·주가 급등에 내수 위주의 경제정책이 맞물려 과거 일본과 비슷하게 고가제품 소비가 급증했다"며 "소득이 따라주지 못하면서 빚을 내 소비를 하는 가계 버블형 풍조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 이르렀을 때 해외 명품만 소비하는 '명품족'이 생겨나고 고가 수입차가 잘 팔렸다.

연세대 오세조(경영학과)교수는 "지금까지 고가 제품 소비는 부도덕하다는 인식 때문에 소비를 하면서도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소득 수준에 따라 고가·저가 제품 소비가 확실히 구별되는 소비 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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