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매각 마무리 단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하이닉스반도체 채권단이 가세한 이번 협상에서 가장 큰 진전은 잔존법인에 대한 마이크론의 투자를 이끌어낸 점이다.

마이크론은 메모리 부문의 자산만 떼어가기 때문에 비메모리 부문에 대한 모든 부채와 주식이 고스란히 남는다. 따라서 잔존법인의 생존을 확실하게 보장하지 않는 한 자칫 주총에서 거부되거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매각이 무산될 수도 있는 실정이었다. 협상단도 이 때문에 다른 조건은 다소 불리함을 감수하더라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원칙을 고수해 관철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론은 매각 대금 40억달러 중 2억달러를 전액 현금으로 투자해 잔존법인 지분의 15% 수준을 확보하는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의 또 다른 쟁점이었던 신규지원 자금의 금리 문제에도 양측은 의견접근을 봤다. 당초 채권단은 시장금리로 지원한다는 생각이었지만 마이크론측은 연 4%의 저리 지원을 고집했다. 이 문제는 결국 시장금리보다 약간 낮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남은 문제는 추가로 발생하는 부실에 대한 보상과 이 용도로 매각대금 중 일부를 '관리계좌'에 예치하는 방안. 채권단 관계자들은 "협상을 깰 수도 있을 만큼 중요한 문제"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어떻게든 합의를 볼 것이라는 전언이다.

마이크론과의 협상은 거의 마무리됐으나 국내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채권단은 이달 말께 MOU 체결단계에서 전체 채권단 회의를 열어 수용 여부를 결정토록 할 예정이다. 그러나 투신사를 비롯한 비은행권의 반대가 거셀 경우 전체 채권단의 동의 없이 곧바로 MOU를 체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37만명에 이르는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무마하는 것도 매각 성사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현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